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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4 (토)

파마머리를 잘라서 수세미로 썼다고?… 일상이 코미디인 이 두 남자들[복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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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짠 내 나는 개그맨 지망생 시절의 숱한 실패를 넘어서 구독자 200만 명을 보유한 개그 유튜버 ‘핫소스’의 송형주, 김선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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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면! 성실! 정진 또 정진!’을 외치는 29살 동갑내기 두 청년이 있습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그들은 대전의 작은 개그 극단에서 무료 공연을 올리며 공채 개그맨의 꿈을 꿨습니다. 당시 대학을 중퇴한 두 청년은 아르바이트해 번 돈을 모조리 개그 공연에 썼습니다. 단돈 천 원짜리 티켓이 단 한 장도 안 팔렸지만 계속 무대 위에 올랐습니다. 나란히 입대한 후에도 매일 연락을 주고받으며 개그 콩트를 짰을 정도로, 두 사람은 코미디에 진심이었습니다.

2020년 초 코로나 한파가 스탠드업 코미디 업계에 불어 닥치면서 방송국마다 코미디 프로그램이 폐지되고 개그맨 공채 시험도 중단됐습니다. ‘제2의 옹달샘’을 꿈꾸던 두 남자의 꿈도 사라지나 했습니다. 한 길만 보고 달렸는데 그 길이 송두리째 사라진 겁니다. 하지만 두 남자는 ‘근면! 성실! 정진 또 정진!’했습니다. ‘길이 사라졌다면 직접 길을 내겠다’는 마음으로. 개그 극단, 아프리카tv를 거쳐 유튜브까지 뛰어들었습니다.

그랬던 두 남자, 지금은 누적 조회수 4억 회를 기록한 유튜브 채널 4개를 운영하는 핫한 ‘코미디 크리에이터’가 됐습니다. ‘매콤한 두 남자의 매콤한 일상’을 다룬 유튜브 채널 ‘핫소스’의 두 코미디언 송형주, 김선응을 〈복수자들〉이 만났습니다. 동아일보 유튜브 〈기웃기웃〉(https://youtu.be/T5WCnbWVb84)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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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휴대전화에 서로의 이름을 자웅, 동체로 저장해뒀을 정도로 같은 꿈을 꾸는 친밀한 사이다. 〈복수자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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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중퇴까지 하며 준비했던 개그맨 공채 시험이 중단됐을 때, 어떤 심정이었나요?
“일반인으로 따지면 오랫동안 공무원을 준비했는데 공무원 시험 자체가 사라진 거예요. 공채 개그맨이 되겠다는 목표 하나만을 위해서 몇 년을 노력했잖아요. 심지어 저희는 군대 있을 때도 서로 연락 주고받으면서 개그 이야기만 했어요. 군대에서도 하루에 개그 콩트 2개씩 짜면서 공채 시험을 준비했어요.”(형주)

―군대에서 개그를 짰을 정도면 정말 열심이었네요.
“제대한 후에는 더 열심히 했어요. 그때는 정말 돈이 정말 없었는데 같이 회의하면서 개그 짤 공간이 없는 거예요. 카페에 가도 커피값이 드니까요. 밖에서 하자니 밤에는 춥고…. 늦게까지 머물 수 있는 실내를 찾다 보니 영화관 로비에서 회의 많이 했어요. 영화도 안 먹고 팝콘도 안 먹었는데 진상이었죠.(웃음) 심야 영화가 늦게까지 하면 영화관이 새벽 3시까지 열 때도 있거든요.”(선응)
“개그를 보여줄 무대가 없으니까 홍대에서 개그 버스킹도 시도해봤어요. 길거리 나가서 무작정 준비해간 개그 콩트를 선보이는 거예요. 근데 개그는 기승전결이 있다 보니, 아무리 짧은 개그여도 길거리에선 사람들이 안 보시더라고요.”(형주)

대전 출신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대학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동아방송예술대학교 13학번 동기였던 둘은 ‘제2의 옹달샘’이 되겠다며 학교를 중퇴하고 코미디 공연 무대에 섰습니다. 대전의 개그 극단 ‘건전지’에서 활동할 때는 직접 티켓도 팔았습니다.

―극단 활동할 때 연봉이 5000원(?)이었다면서요.
“그거 잘못된 팩트입니다. 마이너스였어요. 저희가 다른 데서 아르바이트해서 그 돈을 공연하는 데에 쏟아 부었거든요. 5000원도 못 벌었고 사실상 마이너스, 적자였어요.”(형주)
“티켓 한 장이 천 원이었는데 그것도 안 팔리더라고요. 무료 공연만 했던 거죠”(선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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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자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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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활동을 6개월이나 했습니다.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땐 정말 돈이 없었고 정말 가난했어요. 하루에 저한테 쓸 수 있는 돈이 1000원 정도였는데, 식당에 가면 밥이 전부 6000원인 거예요. 연애도 못했어요. 연애하면 밥도 먹고 커피도 마셔야 하는데 그럴 돈이 아예 없는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도 제가 책임질 수 없고 행복하게 해줄 수 없었어요. 돈이 아예 없었거든요.”(선응)

개그맨 공채 시험을 준비하며 활동했던 극단 생활을 접은 두 사람은 아프리카tv에서 사람들을 웃겨보겠다고 나섰습니다. 라이브 방송을 켜면 입장하는 사람들은 한두 명, 많아야 대여섯 명에 불과했습니다. 개그 극단에서 무료 공연하던 시절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프리카tv에서의 반응도 시원치 않았습니다.
“주로 라이브 방송을 하다보니까 상황극 코미디를 선호하는 저희와 잘 안 맞았어요. 또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도 찝찝했고요. 아프리카tv는 후원을 받는 시스템이잖아요. 돈 많은 사람들이 저희 라이브방송을 보시고 후원해주시면 괜찮은데, 저희 방송을 보는 분들이 주로 중·고등학생들인 거예요. 간식 먹을 거 안 사 먹고 저희 후원해주고…. 그런 것들 때문에 죄책감이 심했어요.”(선응)

개그 극단, 공채 시험, 아프리카tv까지…. 연달아 실패했지만 ‘건전지’ 같은 두 남자는 다시 일어섰습니다. 유튜브 채널 ‘핫소스’를 개설한 겁니다. ‘매콤한 두 남자의 매콤한 일상’의 ‘핫소스’, 지금은 잘 나가지만 처음부터 빵 떴던 것은 아닙니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 패러디, 연애 시뮬레이션 등 여러 종류의 콘텐츠를 시도했지만 조회수는 처참했습니다. 하지만 굴하지 않았습니다. 근면, 성실, 정진 또 정진했습니다.

―어쩌다 하게 된 ‘짓궂은 장난’ 콘텐츠가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그때 선응이가 되게 비싼 돈을 주고 파마를 했어요. 엄청 뽀글뽀글, 풍성한 파마였는데, 선응이가 잘 때 그 머리를 밀어버린 거예요. 밀어버린 머리를 수세미로 쓰면서 설거지하는 영상을 올렸어요. 저희끼리 하는 평범하고도 일상적인 장난이었는데, 그게 대박이 난 거예요. 조회수가 100만이 넘었어요.”(형주)
“다른 사람들은 ‘심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저희가 정말 친한 사이라 그런 장난은 매일 매일 하거든요. 장난치고, 웃고 떠드는 일상을 그대로 올린 거였는데, 좋아해주시니까 ‘이거다!’ 싶었어요.”(선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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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소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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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톤 곡식 창고에 친구 차 숨기기’ ‘잠든 친구 오지에 버리기’ ‘친구 앞에서 뒷담화 하기’ ‘친구 방 구석구석에 초인종 설치하기’…. 초등학생도, 중학생도, 성인이라면 더더욱 하지 않을 것 같은 유치하면서도 창의적이고 신박한 콘텐츠에 구독자들은 열광했습니다.

―‘초등학생 취향 아니냐’는 의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오히려 좋아요. 저희 개그가 초등학생도 보고 웃을 정도로 어렵지 않다는 거잖아요. 가볍게, 누구나, 나이에 상관없이 전 국민이 다 볼 수 있는 콘텐츠라고 생각해요.”(선응)
“실제 구독자들 보면 10대 후반에서 20대, 30대 초반까지 다양합니다. 초등학생부터 어르신까지, 전 국민이 소비할 수 있는 웃긴 콘텐츠 많이 만들어보겠습니다!”(형주)

‘핫소스’에서 시작한 두 사람의 ‘코미디 유니버스’는 점점 영토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구독자 참여형 콘텐츠를 올리는 ‘핫챌린지’, 먹방과 토크쇼가 공존하는 ‘핫식당’, 숏폼 콘텐츠 전용 ‘핫쇼츠’까지. 4개 채널을 합친 구독자는 219만 명에 달합니다.

―유튜브 채널을 4개 운영 중입니다. 일을 너무 많이 벌린 건 아닌가요?
“후회할 때도 있어요. 너무 바쁠 때는요. 너무 바빠서 살면서 놓치고 사는 것이 하나 정도는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그런데 다른 걸 놓치는 만큼 유튜브는 놓치지 않으려고요. 예전의 저희처럼 기회가 간절한 사람들한테는 부러운 후회일 수도 있으니까요.”(선응)

―한 채널에 집중하지 않고 채널을 여러 개로 나눈 이유가 궁금합니다.
“구독자 맞춤형이라고 보시면 돼요. 메인 채널인 ‘핫소스’는 친구끼리 짓궂은 장난치는 콘텐츠잖아요. 저희가 장난치고 노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핫소스’만 구독하면 되고요. 혹시 저희가 먹방하면서 대화하는 걸 보고 싶은 사람들은 ‘핫식당’을 보면 되거든요.”(선응)
“유튜브 알고리즘 때문이기도 합니다.(웃음) 하나의 채널에 특정 장르 콘텐츠만 쭉 올리는 것이 구독자, 조회수 올리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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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자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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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콘텐츠를 촬영할 때 가장 즐거우신가요?
“‘핫챌린지’ 찍을 때 재밌어요. 구독자들이랑 함께 만들어가는 콘텐츠거든요. 구독자분들, 팬분들 만나서 대화하는 게 좋아요.”(선응)
“형주팀 선응팀 나눠서 밥 사주는 콘텐츠를 촬영한 적 있었어요. ‘정총무가 쏜다’를 모티브 삼아서 촬영한 건데, 그때 구독자분이 운영하는 식당에 갔거든요. 거기서 우리 콘텐츠 사랑해주시는 구독자분들 배불리 먹이는 게 너무 뿌듯했어요. 팬들과 함께한 티키타카도 좋았고요.”(형주)

―구독자는 많지만 조회수가 낮은 채널도 있습니다. ‘핫소스’는 평균 조회수 50~100만 회를 유지하는데요. 비결이 있나요?
“근면, 성실, 정진 또 정진입니다.(웃음) 묘수가 따로 없어요. 될 때까지 하는 거예요. 조회수가 나올 때까지, 사람들이 웃어줄 때까지.”(형주)

―방송이 아닌 유튜브에서만 활동하는 게 아쉬울 때는 없으신가요?
“저희가 방송을 하다가 유튜브로 넘어온 케이스면 모르겠는데, 아예 유튜브에서 시작해서 그런지 그런 아쉬움은 없어요. 저희가 개그맨이 되고 싶었던 이유도 사람들을 웃기고, 저희를 보고 웃어주는 팬들을 만나고, 그런 거였어요. 방송에 나가지 않아도 유튜브를 통해 충분히 코미디를 하고 있고 팬들과 소통하고 있어요.”(선응)
“오히려 유튜브에서 시작한 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 이젠 저희가 하고 싶으면 그냥 하면 되잖아요. 누군가의 선택을 받거나 오디션에 합격할 필요도 없고요.”(형주)

―‘코미디 크리에이터’로서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회사를 차리는 겁니다. 코스피에 상장할 수 있는 유튜브 콘텐츠 제작사요. 꿈이 원대하죠? 아직 시작도 못 했습니다.(웃음)”(형주)
“저희는 유튜브로 팬들을 만나고 있지만 직업은 코미디언이에요. 공채 개그맨 지망 시절 가졌던 꿈과 같아요. 최고의 코미디언이 되는 겁니다.”(선응)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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