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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우리들의 문화재 이야기

6·25 다음으로 인명피해 극심했던 제주4.3사건[알면 쉬운 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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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7개월간 3만명 희생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

피해자 진술, 진상규명 과정 기록

우리 ‘문화재’에는 민족의 역사와 뿌리가 담겨있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도 있듯이 수천, 수백년을 이어져 내려온 문화재는 우리 후손들이 잘 가꾸고 보존해 나가야 할 소중한 유산이죠. 문화재는 어렵고 고루한 것이 아닙니다. 문화재에 얽힌 재밌는 이야기, 쉽고 친근하게 배울 수 있는 문화재 이야기를 전합니다.<편집자주>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제주4·3사건의 역사를 담은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을 향한 도전에 나섰어요. 최근 문화재청은 제주4·3 기록물에 대한 세계기록유산 등재신청서를 유네스코 본부에 제출했는데요. 기록물은 ‘진실을 밝히다: 제주 4·3아카이브(Revealing Truth : Jeju 4·3 Archives)’라는 명칭으로 제출됐어요. 1948년 4월 3일 대한민국 제주도에서 발발한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수많은 민간인 학살에 대한 피해자 진술, 진상규명과 화해의 과정에 대한 기록이에요.

해당 기록물은 세계사적으로 인권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제주도민들의 화해와 상생 정신을 통해 아픈 과거사를 해결하는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데요. 한국 현대사에서 6.25전쟁 다음으로 인명피해가 극심했던 것으로 알려진 제주 4.3사건은 어떤 사건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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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제주도마을주민사진(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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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3월 1일, 기마경찰의 말발굽에 어린아이가 치여 다쳤어요. 다친 아이를 두고 기마경찰이 그냥 지나가자 군중들이 돌을 던지며 항의했고, 경찰은 군중을 향해 총을 쏘았죠. 이 사건으로 6명이 사망했고 이후 4.3사건의 기폭제가 됐어요. 1948년 4월 3일, 제주도민의 민관 총파업에 미국은 제주도를 ‘붉은 섬’으로 지목했어요. 본토에서 응원경찰이 대거 파견됐고, 극우청년 단체인 서북청년회 단원들이 장악하기 시작했어요. 그들은 빨갱이 사냥을 한다는 명목 아래 테러로 민심을 자극했죠.

그 해 11월 17일에는 제주도에 계엄령이 선포됐습니다. 중산간마을을 초토화시킨 강경 진압작전이 전개됐죠. 중산간 지대뿐만 아니라 소개령에 의해 해안마을로 내려간 주민들까지 무장대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했어요. 폭도라 지목당하는 것만으로도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됐죠. 복수와 증오심은 격한 충돌로 이어져 민간인들의 희생은 극에 달했어요. 1949년 3월 “산에서 내려와 귀순하면 과거 행적을 묻지 않고 살려주겠다”는 방침의 선무공작이 전개돼 한라산에 피신해 있던 1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하산했어요. 하지만 선무공작 방침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1600여 명이 총살당하거나 전국 각지의 형무소로 보내졌어요.

미국정기에 발생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 이르기까지 7년 7개월간 지속된 이 사건으로 3만 명의 주민들이 희생됐어요. 사건 이후에도 생존자와 가족들은 일명 ‘빨갱이’로 낙인 찍혀 고통 속에 살아야 했죠. 이후 반세기를 넘어 진상규명운동의 과정을 거쳐 화해와 상생의 해결 과정을 밟고 있어요. 제주4.3기록물은 이 과정에 대한 기록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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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사건 수형인명부(사진=문화재청).


‘제주4.3기록물’은 모두 1만 4673건이에요. 문서 1만 3976건, 도서 19건, 엽서 25건, 소책자 20건, 비문 1건, 비디오 538건, 오디오 94건 등을 포함하고 있는데요. 군법회의 수형인 기록과 수형인 등 유족 증언, 도의회 4·3피해신고서, 4·3위원회 채록 영상 등이 담겼어요. 제주 4·3사건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여부는 2025년 유네스코 이사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은 세계적인 가치가 있는 기록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기 위한 것으로 1997년부터 2년마다 등재를 이어가고 있어요. 현재 세계기록유산은 세계 84개 나라 496건이 등재돼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1997년 훈민정음(해례본)과 조선왕조실록을 시작으로 직지심체요절, 승정원일기, 5·18민주화운동기록물 등 18건이 등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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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사건 형무소에서 온 엽서(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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