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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7 (화)

[책의 향기]전쟁 피하려면 ‘시진핑의 세계관’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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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있는 전쟁/케빈 러드 지음·김아영 옮김/528쪽·3만 원·글항아리

동아일보

세계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불화가 고조되고 있다. 이 경쟁이 폭력적으로 치닫는다면 한국은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을 곳 중 하나다. 재앙은 현실화될 것인가?

저자는 그 질문에 답을 내놓기에 가장 적당한 인물 중 한 사람이다. 중국어에 능숙한 외교관으로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샤먼시 부시장이던 1986년부터 여덟 번 이상 그와 독대했고, 호주 외교장관과 총리를 지낸 뒤 주미 호주대사로 재직 중이다.

저자에 따르면 두 나라가 전쟁의 현실적 가능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전쟁을 계획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전쟁이 날 경우 중국은 큰 피해 없이 승리할 가능성이 작고, 미국은 최고 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잃을 수 있다.

문제는 두 나라 선박의 작은 충돌이 큰 충돌로 번지는 경우처럼 두 나라 사이 ‘규약’이 확립되지 않은 곳에서 전쟁의 방아쇠가 당겨질 가능성이다. 미소 냉전기 두 초강대국의 사이는 현재 미중관계보다 훨씬 불편했지만 섬세하게 마련된 안전장치들이 전면 충돌을 막았다.

파멸적인 위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우선 시 주석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그는 ‘열 개의 원’이라는 도해를 그려 나간다. 시진핑에게 제일 긴요한 ‘정권 유지’라는 가장 좁은 원에서 시작해 국가 통합, 경제 번영, 주변국 관리, 서진(西進)전략, 국제 규칙 뒤집기까지 넓은 범위로 퍼져 나가는 원이다.

특히 정권 유지와 직접 이어지는 국가 통합이라는 과제는 중국공산당에 있어 정당성과 직결되는 핵심 문제라고 저자는 말한다. 대만 독립의 움직임은 중국에 한계점을 넘는 ‘역린’일 수 있다.

이 책이 제시하는 앞으로의 여러 시나리오 중에서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부분은 북한을 둘러싼 미중 간의 전략이다. 저자는 중국이 한반도 통일을 결사적으로 반대할 수밖에 없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 대해서는 북핵 위협을 막는 최고의 안보 보장국 위치에 있게 될 수 있다고 본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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