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 사진은 지난 17일 윤심 논란으로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전격 회동했을 때.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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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인 위원장의 ‘공관위원장 추천 요구’가 과도했다는 게 중론이다. 아무리 인 위원장이 “혁신위 요청이 받아들여진다면 공관위원장을 요청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추가 입장을 밝히면서 ‘자리 욕심’을 낸 게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당내 반응은 싸늘하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혁신위가 그동안 내놓았던 혁신안의 진정성까지 모두 의심할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엔 공관위원장직을 노렸던 건가”라며 “따지자면 당 혁신을 하겠다고 왔으면서 느닷없이 공천과 관련된 핵심적인 사안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당을 혼란스럽게 했다”고 비판했다.
영남권 중진 의원은 “인 위원장 입장에서는 본인들이 내놓은 혁신안들을 당 지도부가 관철해줬으면 하는 의지를 표하는 과정에서 한 발언이지 않나. 다만 너무 강력하게 하다 보니 이런 부작용이 나온 것”이라며 “열정도 좋지만 정치는 사람이 하는 일 아닌가. 우리 당이 직면한 상황을 넘어서 실정을 너무 모르고 한 말”이라고 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도 BBS라디오에서 “(혁신위원장직은) 민감한 자리”라며 “(인 위원장) 본인의 순수한 의도가 있다고는 하지만, 너무 즉흥적으로 말한 것은 당내 큰 우려를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전날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오는 4일까지 ‘당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 의원의 총선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안을 혁신위의 안건으로 의결했다. 현재 혁신위는 해당 안건에 대한 당 지도부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 위원장은 내년 총선에서 서대문구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공관위원장 추천까지 제안한 상태다. 내년 총선과 관련된 혁신안을 발표할 때마다 ‘공관위에서 논의하겠다’는 당 지도부의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에 김기현 대표는 선을 확실히 그었다. 그는 “그동안 인 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이 되기 위한 목표로 (혁신위에서) 활동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회 상황이 매우 엄중한데 공관위원장직을 갖고 논란을 벌이는 건 적절치 못하다”며 “그동안 혁신위가 참 수고를 많이 하셨다. 당의 발전을 위해 나름대로 좋은 대안을 제시해준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했다. 사실상 인 위원장이 요구를 거절한 것에 이어 혁신위 활동 종료까지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파국으로 당 혁신·쇄신 작업은 끝났다고 본다. 그간 당 지도부와 혁신위가 갈등이 생기면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만나 갈등 수습부터 나섰지만 이번에는 김 대표가 인 위원장의 요구에 즉각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결국 혁신위에서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12월 4일까지 혁신안을 당 지도부가 받아들일지 불투명하다.
당 관계자는 “혁신위에 아는 사람을 통해서 확인해보니 공관위원장 관련해서는 전혀 조율이 안 된 얘기였다. 혁신위 내부에서도 인 위원장 본인의 정치적 영달을 위해 그런 거였냐는 말도 나왔다”며 “혁신위원장이 혁신은 안 하고 공관위원장을 요구한다는 건 더 이상의 당 혁신은 없을 뿐더러, 혁신위가 마치 지도부 위에서 군림하려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인 위원장이 정치적으로 고도의 전략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 ‘중진 희생 혁신안’을 받던지 아니면 공관위원장으로 추천하던지를 놓고 반드시 양자택일을 하도록 구도를 만들어 버린 것”이라며 “김 대표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못해서 혁신위가 조기 해체 수순을 밟게 되면, 당 혁신·쇄신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김 대표가 고스란히 물어야 하는 딜레마에 처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공관위원장 자리는 정치적으로 문외한인 외부 인사가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총선 현장에서는 ‘국회의장’급으로 정말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이라며 “혁신보다는 당 훼방에 방점을 찍지 않는 이상 그렇게 행동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민영빈 기자(0empt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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