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물가와 GDP

기준금리, 올리자니 경기 발목 내리자니 물가·부채↑...한은의 '딜레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11.30.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사실상 1년째 금리를 연 3.5%로 묶었다. 향후 6개월 이상 금리 인하 계획이 없다는 점도 시사했다. 이르면 내년 1분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미국과 대비되는 행보다.

한은의 고민이 길어지는 것은 통화 긴축·완화 요인이 동시에 있기 때문이다. 소비 위축 등 경기 부진을 고려하면 금리를 내려야 하지만 여전히 높은 물가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고려하면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은 금통위는 30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열고 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로 동결했다. 한은은 지난해 4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1.5%로 올린 것을 시작으로 올해 1월 3.5%까지 7차례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어 지난 2월 금통위에서 10개월 만에 연속 금리 인상 행진을 멈춘 데 이어 이번까지 7회 연속 동결을 결정했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2.0%)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10월 통방문에선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지속'으로 표현했는데 이번에 '충분히 장기간 지속'으로 수정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충분히 수렴한다는 확신이 있을 때까지라고 (조건을) 단 것처럼 (긴축 기조가) 6개월이 더 될 수도 있다"며 "현실적으로 지금 상황에서 보면 6개월보다 더 될 거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내년 상반기 중 금리 인하 전망을 일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기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미국과 대비된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이 잇달아 비둘기성(통화 완화) 발언을 내놓으며 이르면 내년 1분기 중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머니투데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은이 금리 인하 시기를 사실상 내년 하반기 이후로 미룬 것은 우선 가계부채 급증 우려 때문이다. 올해 3분기(7~9월) 가계신용(가계대출 및 신용카드 이용액)은 전 분기 대비 14조3000억원 늘어 잔액이 1875조6000억원에 달했다. 가계신용 증가폭은 2021년 4분기 이후 최대다.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인 것도 금리 인하가 어려운 이유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3.4%, 9월 3.7%, 10월 3.8%로 석 달째 증가폭이 커졌다. 한은은 이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5%에서 3.6%로, 내년은 2.4%에서 2.6%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이번 금통위에서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금리 인상도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수출이 개선세를 보이기 시작했지만 내수가 위축되면서 경기 부진이 심화하고 있어서다.

이날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0월 생산·소비·투자가 전월비 일제히 감소하는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지난 7월 이후 3개월 만이다. 정부는 고금리 영향으로 내수 회복 흐름이 늦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4%를 유지했지만 내년 전망치는 2.2%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다.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금융 안정 측면의 리스크와 성장의 하방 위험, 가계부채 증가 추이, 주요국 통화정책 운용 및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양상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