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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대법 “‘징용 노동자상 모델은 일본인’ 주장 명예훼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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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서울과 부산 등에 세워진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의 모델이 일본인이라고 주장해 손해배상소송을 당한 이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하급심에서 상반된 판결이 내려지며 논란이 됐던 사건들이 대법원에서 같은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30일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제작한 조각가 김운성·김서경씨 부부가 해당 노동자상의 모델이 일본인이라고 주장한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대법원 3부는 김씨 부부가 이 연구원과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한 김소연 전 대전시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김씨 부부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세계일보

서울 용산역광장에 세워진 강제징용 노동자상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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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은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김씨 부부가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추진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제작한 동상이다. 해당 동상은 2016년 8월 일본 교토 단바에 있는 단바망간기념관에 설치되기 시작해 2019년까지 서울·부산·대전·제주 등에도 잇따라 세워졌다.

해당 조각상의 모델이 조선인이 아닌 일본인이라는 논란은 2019년 시작됐다. 2019년 3월 ‘반일 종족주의’ 공동 저자로 알려진 이 연구원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노동자상 모델은 1926년 훗카이도에서 강제 노동에 시달리다 풀려난 일본인”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같은해 8월 동상의 모델이 일본인이라는 취지의 글을 SNS에 올렸다.

김씨 부부는 이들이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두 사건의 판결은 엇갈렸다. 이 연구원의 재판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은 “피고의 발언은 원고들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며 이 연구원이 김씨 부부에게 5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김 전 의원의 재판을 진행한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김씨 부부가 모델이 일본인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기각했다.

2심에서는 각 판결이 뒤집히며 다시 결과가 엇갈렸다. 이 연구원 사건의 2심 재판부는 “피고의 발언은 사실 적시가 아닌 의견 표명인 만큼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 연구원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봤다. 한편 김 전 의원 사건의 2심 재판부는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노동자상을 제작한 원고들의 명예가 상당히 훼손됐다”며 김씨 부부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그러나 두 사건 모두 노동자상 모델이 일본인이라고 주장한 이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예술작품이 어떻게 보이는지는 그 작품이 외부에 공개되는 순간부터 감상자의 주관적인 평가의 영역에 놓여 비평의 대상이 된다”며 “이를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로서 명예훼손의 성립요건을 충족한다고 평가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이 사건 발언들은 노동자상이 일본 내에서 강제노역을 하다가 구출된 일본인을 모델로 한 것이 아니냐는 피고들의 비판적 의견표명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날 판결에 대해 “예술작품에 대한 개인적 취향의 표현이나 특정 대상과 비교하는 등의 비평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명예훼손 행위로 평가하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음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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