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 청년층 대상 전법 캠페인 벌여
조계종 내 권력 구도 재편 가능성…"순리대로 갈 것"
108배 하는 자승 스님 |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29일 69세로 입적한 자승스님은 종단에서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이다. 부처님의 도를 전하는 전법의 선승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대표적인 사판승(행정 담당 스님)으로서 종단 권력을 지나치게 흡수했다는 일각의 비판도 있다. 엇갈리는 평가 속에서도 종단 내 동일한 목소리는 그가 입적하기 전까지 활발히 활동했고, 종단 내 최고 실세였다는 점이다.
1954년 강원도 춘천 출신인 자승스님은 1972년 해인사에서 지관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74년 범어사에서 석암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제30대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스님 밑에서 제자로서 불법을 배웠다.
동화사, 봉암사 선원 등에서 안거 수행하고 수원 포교당, 삼막사, 연주암 주지 등을 역임했다. 1986년부터는 총무원 교무국장으로 종단 일을 시작했다.
특히 그가 조계종 내에서 크게 도약한 건 서의현스님 총무원장 시절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서의현스님 밑에서 조계종과 관련한 다양한 지식을 섭렵했다. 총무원 재무부장, 총무부장 등을 지내고 조계종 중앙종회의원을 4선이나 하면서 인지도를 넓혔다. 2006년 14대 전반기 중앙종회에서는 의장을 지냈다.
대법회에서 발언하는 자승스님 |
그는 탁월한 정치력으로 조계종 내에서 세력을 얻어갔다. 2009년에는 55세에 역대 최고 지지율로 조계종 33대 총무원장으로 선출되며 최고의 지위로 도약했다. 2013년에 재선돼 2017년까지 총무원장을 지냈다.
퇴임 후에도 동국대 건학위원회 총재, 봉은사 회주, '상월결사(霜月結社)' 회주와 조계종 입법기관인 불교광장 총재, 은정재단 이사장 등 다양한 직책을 맡으며 종단에서 그야말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자승스님의 권세는 "종정 위에 있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회자할 정도였다. 종정은 조계종 대종사로 종단 내 최고 어른을 말한다.
지난 봄에는 40여 일에 걸쳐 인도 부처님 성지 1167㎞를 도보로 순례했다. 지난 3월 23일 귀국 후 조계사 회향법회에서 그는 "성불(成佛)보다 부처님 법(法)을 전합시다"며 전법(傳法) 캠페인을 선언했다. 이후 전국 교구본사별로 대학생 등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전법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다.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던 스님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조계종 내 권력 구도가 재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당장 동국대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건학위원회, 봉은사 회주, 상월결사 회주, 은정재단 등이 리더십 부재로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조계종 총무원장을 중심으로 종단이 일치단결해 이번 일을 원활히 수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은 "장례를 마치고 나면 원로회의까지 잡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계종 총무원장이 계시니까 순리대로 갈 것이다. 분란이 생길 일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자승스님은 29일 밤 경기도 안성 칠장사 화재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칠상사 화재 현장 |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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