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석수 위해 병립형 ‘현실론’ 부상
“李대표, 약속 지켜야” 당내 반발
개편안 논의할 의총 30일로 미뤄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러 현안이 있다”며 “선거법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정섭 검사·손준성 검사 탄핵안 처리 문제와 전당대회 룰 규정 등 이런 것들을 다 이야기할 공간과 시간을 확보해야 하는데 오늘 의원들 참석은 저조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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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총 순연이 이 대표 발언과 연관이 있냐는 질문에는 “선거제만이 아니라 당내 현안, 국정 현안을 충분하게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에서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이날 의총 연기를 두고 불만이 나오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하는 한 초선 의원은 “비겁하다”며 “지난주부터 29일에 의원총회를 열고 당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해오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23일 의원총회를 마친 뒤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당지도부가 논의, 29일 의원총회에 올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에서는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비주류 혁신계 모임 ‘원칙과 상식’은 이날 의견문을 내고 “민주당 의원 모두가 국민 앞에 서서 대선 결과 상관없이 반드시 정치를 바꾸겠다고 약속했다”며 “말 바꾸고 약속 뒤집는 것도 모자라 이젠 대놓고 거꾸로 갈 작정인가”라고 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해 왔던 이탄희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위원장 자리도 내놨다. 김두관 의원은 “병립형은 소탐대실이다. 비례 몇 석 얻으려다 중도가 등을 돌린다”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병립형 회귀 반대 입장을 내놨다.
반면 대국민 약속을 깨고 병립형을 택해야 한다는 의견도 공개적으로 나온다. 진성준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에 소속된 의원들께서 의석을 헐어 다른 소수 정당이 국회에 진출하게 하자는 주장은 자기모순, 자가당착 아닌가”라며 “왜 그러면 민주당 소속으로 민주당 승리를 위해 노력하는가”라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 자신의 대권 가도가 걸려 있는 이재명 대표도 병립형 비례제에 힘을 싣는 발언을 했다. 이 대표는 전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내년 총선에서 우리가 1당을 놓치거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지금 이 폭주와 과거로의 역주행을 막을 길이 없다”며 “지금은 국회에서 어느 정도 막고 있지만, 국회까지 집권여당에 넘어가면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될 것이다. 심각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 “이상과 현실 중 현실의 비중이 높아진 안타까운 상황”이라면서 ‘이기는 선거를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가 주세요’라는 댓글을 읽은 뒤 “맞다. 선거는 승부 아닌가.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 있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체의석이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되고 지역구 선거 결과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수가 조정되는 제도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비례대표 의석을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한다. 민주당은 지난해 2월 27일 대선을 앞두고 승자독식이 아닌 다당제 구현을 골자로 한 전체 의원 명의 결의문을 작성한 바 있다.
김현우 기자 wit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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