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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4 (토)

엑스포 참패 고개 숙인 尹… 후폭풍에 "저의 부족" 꺼내며 직접 진화(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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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저의 부족…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

후폭풍 더 거세질 듯… 결선 오르지도 못하고 참패

사우디 물량공세·전략·외교력 모두 부실함 드러나

국토 균형 발전, 부산 인프라 구축 재차 약속

윤석열 대통령이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윤 대통령이 부처·기업·지자체 등 '3각 편대'를 직접 지휘하며 17개월간 총력전에 나섰지만 90표 차 참패로 인한 후폭풍이 거세지자 직접 진화에 나선 셈이다. 다만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강조한 국가균형발전 전략과 글로벌 중추 국가 도약 추진을 멈추지 않겠다는 이행 의지는 재차 표명했다.

윤 대통령은 29일 예정에 없던 대국민담화를 열고 "전부 저의 부족이라고 생각해달라"고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저 역시도 96개국 정상과 150여 차례 만났고 수십 개국 정상들과는 직접 전화 통화도 해왔습니다만 민관에서 접촉하면서 저희들이 어떤 느꼈던 입장에 대한 예측이 많이 빗나간 거 같다"고 털어놨다.

이날 대국민담화는 윤 대통령의 발표 시작 10여분 전에야 공지됐다. 윤 대통령이 브리핑룸을 찾아 특정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 이후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부산 시민뿐 아니라 우리 전 국민의 열망 담아서 민관 합동으로 범정부적으로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추진했습니다만 실패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간 민관이 1년 반 동안 아쉬움 없이 뛰었다며 "제가 이것을 잘 지휘하고 유치를 끌어내지 못한 것은 대통령인 저의 부족의 소치라고 하겠다"고 재차 사과했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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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직접 진화 나섰지만 전략·외교력 부재 논란 이어져… 중도 포기 '로마'와는 불과 12표 차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섰지만 후폭풍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정부가 예상했던 결선에도 이르지 못하고 완패한 데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불참해 사실상 '엑스포 중도 포기'로 읽혔던 이탈리아(로마)와 표차가 12표에 불과했던 게 뼈아픈 대목이다.

대통령실이 현지에서 결과가 발표된 후, 윤 대통령의 메시지 대신 "민관이 원팀으로 치열하게 노력했지만, 아쉬운 결과를 맞이했다. 밤늦게까지 결과를 기다리고 부산 유치를 응원해 주신 부산 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는 짧은 공식 입장만 내놨던 것도 그만큼 충격이 커서다.

부산 엑스포 패인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경쟁국이었던 사우디의 ‘초호화 물량 공세’가 꼽힌다. 오일머니를 상쇄시킬만한 한국의 특장점을 정부가 BIE(국제박람회) 회원국들에게 전하지 못한 것이다. 사우디는 BIE 총회가 열리는 프랑스 파리 콩코드 광장의 호텔 드 크리용(Hotel de Crillon, 사우디 왕족 소유)에 상주하면서 24시간 표밭갈이를 해왔다. 이곳에 숙식하는 사우디 측 인사들은 엑스포 개최가 좌절되면 모두 ‘직을 내려놔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파리 현지에선 ‘(교섭용) 명품 시계가 품절됐다’, 메카가 위치한 사우디가 ‘성지순례 제한카드까지 내놨다’는 얘기가 흘러나올 정도로 유치전이 치열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통치하는 전제군주국이어서 장기집권이 가능한 권력 구조도 한몫했다. 2017년 집권한 빈 살만 왕세자는 2030 엑스포 유치에 명운을 걸어 왔다. 돌발 변수로 꼽혔던 월드컵 개최에 따른 ‘독식견제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은 결정적 변수가 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전략도 실패했다. 우리나라는 1차 투표에서 사우디 ‘3분의 2 이상 저지’, 2차 투표에서 ‘이탈리아표 흡수’로 전략을 세우고 교섭에 나서왔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이탈리아 총리의 BIE 총회 불참 복병에도 로마와 표차가 크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유치위 발족 이후 지구 495바퀴를 돌며 이어온 17개월간 물밑교섭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1차 투표만 넘기면 사우디와의 2파전 판세를 팽팽한 ‘51대 49’의 초박빙 접전 구도로 봤지만, 결과적으로 1차 투표에서 사우디를 지지하는 부동표를 유동표로 만들지 못했다. 부산의 득표수는 리야드의 4분의 1에 그쳤다. 국제행사의 유치교섭과 관련해 전략상의 한계를 노출한 것이다.

외교력이 취약했던 점도 그대로 드러났다. BIE 회원국의 균등한 표 배분에 따라 투표 비중이 높았던 아프리카(49표·26.9%), 유럽(49표·26.9%) 대륙의 표심을 읽지 못한 것도 패인으로 꼽힌다. 유치전에 나섰던 정부 고위관계자들은 엑스포와 관련해 ‘벼락치기로 하다보니 한계가 있다’, ‘그동안 공적개발원조(ODA)를 전략적으로 하지 못했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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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유치 실패했지만 국가 균형 발전은 계속 추진… 부산 민심 달래고자 '인프라' 구축 거듭 약속

하지만 정부는 2030 엑스포 유치를 위해 추진하려던 부산의 국제금융·첨단산업의 디지털 거점 육성 목표는 계속 이행하기로 했다. 엑스포 유치 불발로 부산 개발 동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를 감안한 조치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서울·경기·충청·강원을 한 축, 부산을 중심으로 한 영호남을 다른 축으로 하는 국가균형발전을 추진해왔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지금 특정 지역만 발전하는 불균형 성장해서는 우리가 잠재 성장력 키우고 비약적인 성장을 하기가 어렵다"며 "마치 축구에서 운동장을 전부 써야 좋은 경기가 나오듯이 이제 우리는 세계 10대 경제 강국에서 여기서 더 점프하려면 우리 국토의 모든 지역을 충분히 산업화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산을 해양과 국제금융과 첨단산업 디지털의 거점으로 계속 육성하고 영호남의 남부 지역 유기적으로 연결해서 서울 오지 않아도 모든 경제산업 활동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 차질 없이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여기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달래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다. 국토 균형 발전을 기반에 둔 부산의 인프라 구축을 재차 강조하며 부산 민심부터 챙기기 시작한 셈이다.

이밖에도 윤 대통령은 또 "저희가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국제사회에 저희가 이야기한 ‘우리가 전쟁의 폐허에서 이만큼 성장하는 데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도움 받아서 이제 우리가 돌려주려고 한다. 그래서 부산엑스포는 나눔의 엑스포이고 연대의 엑스포다’고 강조해왔다"며 "이런 대외 정책 기조에는 전혀 변함없고 글로벌 중추 외교라는 비전하에 책임 있는 기여는 대한민국 국격을 위해서도 철저하게 추진하고 이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2030엑스포 개최국으로 선정된 사우디에 축하를 전하며 개최지 리야드의 성공적인 엑스포 개최를 위해 돕겠다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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