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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멋있게 지면 뭔 소용"…"선거제 약속 뒤집나" 비명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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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재명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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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병립형 선거제 회귀’를 시사하는듯한 발언을 하자, 준(準)연동형 비례제 유지를 둘러싼 찬반 양론이 민주당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생방송에서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인가.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은 엄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총선에서 1당을 놓치거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정부·여당의 폭주를 막을 수 없다”며 “정상적인 정치가 작동한다면 국민 정서를 고려해 적절하게 타협했을 것이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이 대표가 연동형 비례제를 없애고 예전 방식의 병립형 선거제로 돌아가려는 마음을 굳혔다”는 추측이 나왔다.

비명계는 이 대표를 향해 “대선 후보 시절 약속을 어겼다”고 성토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29일 이 대표의 전날 발언을 거론하며 “선거 승리를 위해 국민과 한 약속을 저버리고, 선거제 퇴행으로 가겠단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이재명식 정치에 반대한다. 소탐대실의 길이다”라며 “‘약속이고 원칙이고 모르겠다,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이기겠다’고 덤비면 민주당은 영원히 못 이긴다”고 적었다.

김 의원을 포함해 윤영찬ㆍ이원욱ㆍ조응천 의원이 속한 ‘원칙과 상식’도 논평을 내고 “국회의원 배지 한 번 더 달겠다고, 국민의힘 이겨보겠다고 결의 따위 약속 따위 모른척하면 그만이냐”고 지적했다. 지난해 2월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제 강화, 위성정당 금지를 당론 채택한 사실을 거론하며 “말 바꾸는 것도 모자라 이제 대놓고 거꾸로 갈 작정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반면 1당 유지를 위해선 병립형 채택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론도 만만치 않았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윤석열 정권의 역사적인 퇴행을 반드시 막아야 하는 게 국민적 요구”라며 “그것과 정반대되는 결과를 초래할 선거 제도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 임하겠다는 건 용납이 어렵다”고 밝혔다. 당 대표 정무실장인 김영진 의원도 “잘못된 것이었다면 인정하고 여야가 합의해가자는 정신을 살려야 한다”며 “이제는 민주당이 결자해지해야 한다”며 병립형 논의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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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가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청래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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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화근을 부추긴 이 대표는 이날 종일 묵묵부답했다. 이 대표는 국회 당 대표실 앞에서 “병립형으로 결심하셨나” “연동형 당론 채택 검토는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이 대표는 김준우 정의당 비대위원장의 예방을 받았는데,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를 요구했으나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대표는 공개 발언에서도 “국민이 바라는 바를 이뤄내는 것이 정치가 할 일이란 점에 이견이 있을 수 없으나, 그 목표에 이르는 과정이나 수단이나 방법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당초 이날 열려고 했던 선거제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를 하루 미뤘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싶은데 개인 일정 때문에 참석이 어렵다는 의원들 요청이 많아, 본회의가 열리는 30일로 일정을 연기했다”며 “병립형 선거제ㆍ준연동형 비례제에 대한 어떤 결론도 없이 열어두고 토론할 것”이라고 전했다. 본회의 산회 후 의총이 이어지는 만큼, 밤늦게까지 릴레이 토론이 이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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