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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임영웅 1장 500만원" 고삐 풀린 암표 시장…1.8억 사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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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표 법률 개정 청원

500만원. 가수 임영웅 콘서트의 암표 가격이다. 암표 가격이 정가의 수십 배를 웃돌자 음악 관련 단체들조차 법을 개정해달라고 나섰다. 관련 법은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번도 개정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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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임영웅[사진출처=물고기뮤직]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음레협)는 지난달 19일 제출한 암표 법률 개정 청원을 정부가 공개 청원으로 전환했다고 28일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30일간 국민 의견 수렴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청원을 처리하고 90일 이내에 결과를 통지해야 한다.

윤동환 음레협 회장은 청원에서 "암표는 마약처럼 사회 암적인 존재"라며 "철도사업법처럼 자신이 구입한 가격을 초과한 금액으로 다른 사람에게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암표가 기승을 부리면서 암표를 이용한 사기 행각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순진한 팬심을 이용해 산업 구조를 무너뜨리는 이러한 불법 행위는 중죄로 처벌돼야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경범죄로도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오프라인 거래, 벌금 20만원…온라인 거래는 처벌 전무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암표 신고는 2020년 359건, 2021년 785건, 지난해 4224건으로 폭증했지만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현행 경범죄 처벌법은 암표 판매 처벌 대상을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그 밖에 정해진 요금을 받고 입장시키거나 승차 또는 승선시키는 곳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승차권 또는 승선권을 다른 사람에게 되판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에 따라 경기장 등에서 암표 매매를 하면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과료형을 받는다. 하지만 그마저도 온라인상 암표 거래는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

윤 회장은 "매크로(자동입력반복)의 등장으로 암표상이 조직화, 기업화돼 가고 있다"며 "내년 3월부터 공연법 개정으로 매크로를 이용한 구매를 불법으로 정의하게 됐지만, 현실적으로 분업화된 암표상 개개인의 매크로 매매를 적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약 50년 전에 만들어진 암표 관련 법률부터 개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암표 상황 어떻길래…"브루노 마스 내한 공연, 1.8억에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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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사진=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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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에 0이 하나 더 붙는 것은 예삿일이다. 지난 5월 한 중고거래사이트에는 '억' 소리 나는 암표가 등장했다. "브루노 마스 8연석(8개 연속 좌석) 양도합니다"라는 제목을 단 1억8000만원짜리 암표 매물이 버젓이 올라온 것이다.

지난해 2년 반 만에 국내에서 연 보이 그룹 BTS의 정가 22만 원짜리 공연은 1000만 원까지 프리미엄이 붙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연말엔 보이 그룹 엑소 콘서트 '익스플로레이션 닷' 입장권이 정가 12만 1000원짜리 티켓이 200만 원에 판매됐다. 4년 전에도 16배에 달하는 암표가 성행했지만 아직도 관련법이 전무한 실정이다.

티켓 재거래, 합법화 의견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수들이 직접 암표상 잡기에 나서기도 한다. 가수 성시경의 매니저는 수시로 당근마켓에 접속해 암표 거래자들을 직접 잡는 것으로 유명해 '암행어사'로 불린다.

성시경뿐 아니라 공연기획사와 가수 소속사는 실명 인증 후 티켓 구매, 티켓 수령 전 신분증 검사 등으로 암표 근절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단속을 피하는 방법은 더 빨리 발전했다. 단속을 피한 티켓 거래는 여전히 기승이다.

이렇듯 근절이 어려운 상황이라 일부에선 미국처럼 암표 거래를 아예 양지로 끌어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의 경우 ‘스텁 허브’, ‘티켓 마스터’ 등 티켓 재판매 사이트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합법적으로 관리·운영되고 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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