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천하의 지식인이여, 내게 와서 물으라' 츨간
탄허스님 |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동국대 대학원장을 역임했던 무애 양주동(1903~1977)은 국문학과 한학의 대가였다. 당대를 대표하는 천재 중 한명으로 손꼽히기도 했다. 양주동은 학습 능력이 뛰어났을 뿐 아니라 배움에 대한 욕구도 강했다. 그는 뛰어난 학승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가 설법하는 장자 강의를 들으러 갔다. 양주동은 후에 이렇게 소회를 밝혔다고 한다.
"장자가 다시 돌아와 자신이 쓴 책을 설(說)해도 오대산, 그 지혜로운 호랑이를 당하지 못할 것이다."
지난 세기 불가를 대표했던 학승이자 선승이었던 탄허스님(1913~1983)에 관한 전설적인 일화 중 하나다. 이젠 전설이 된 탄허스님의 삶을 재구성한 소설 '천하의 지식인이여, 내게 와서 물으라'(피플워치)가 최근 출간됐다.
1985년 삼성문학상을 받고 장편소설 '십우도' '탄트라' 등으로 베스트셀러 작가에 오른 소설가 백금남이 탄허스님의 일대기를 소설로 재구성했다.
탄허스님은 독립운동가 율제 김홍규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한학을 공부했다. 김제 제일의 기재로 통했던 그의 학문적 성취는 놀랄 만큼 빨랐다. 그러나 유학 경전을 독파하고도 삶의 근원적 질문에 답을 얻을 수 없었던 그는 22세에 오대산 상원사로 입산해 승려의 길을 걸었다.
스님은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낸 한암 스님을 은사로 모시고 용맹정진했고, 수행 2년 만에 금강경, 기신론, 범망경 등을 강의하면서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이후 고암·탄옹스님 등 선승들의 요청에 따라 화엄경과 화엄론을 강의하며 학승으로 명성을 떨쳤다.
책 표지 이미지 |
그는 선승으로도 유명했다. 스님은 쉰아홉부터 돌을 갈아 죽을 쑤어 먹으며 수행했다. 고행은 암으로 이어졌다. 의사들은 3개월밖에 살지 못한다고 했으나 스님은 6년 후에 죽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결과적으로 의사의 말은 틀렸고, 스님의 말이 맞았다.
책은 탄허스님의 일대기를 이야기로 엮은 전기적 소설이다. 스님은 10만장이 넘는 번역 원고를 남겼지만, 사적인 기록은 전혀 남기지 않았다. 백금남 작가는 스님의 어린 시절부터 열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세세히 재구성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고 밝혔다. 그가 평전이 아닌 소설 형식을 통해 스님의 삶에 다가간 이유였다. 저자는 다양한 일화를 통해 스님의 다채로운 삶을 재조명한다.
534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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