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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7 (화)

'오일머니에 꺾인 갈매기의 꿈'…원팀코리아 숨가쁜 9년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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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030 엑스포 유치 선언

가능성 제로에서 시작해 총력전 마무리

경제협력 등 차질 없이 이행할 예정

부산의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염원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막혀 좌절됐다. 엑스포 관련 지원에만 10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붓겠다고 밝힌 사우디의 오일머니에 대항하기 위해 글로벌 기여·국제사회 화합 조성 등으로 추격전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2030엑스포 유치를 따내기 위한 한국의 9년간 여정은 종료됐지만, 정부·국회·기업·시민단체 등 코리아 원팀의 단합력을 확인한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정부는 이번에 모은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중추국가 구상'을 차근차근 실현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부산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투표에서 총 165표 중 29표를 받으면서 3등(이탈리아 로마, 17표)은 면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119표)에 3분의 2 득표를 허용하며 2차투표에 진출하지 못한 채 패배했다.

2014년 2030엑스포 유치를 공식 선언하며 시작된 2030엑스포 유치전은 윤석열 정부 출범 한 달 만에 2030엑스포유치추진위원회를 총리 산하로 개편한 후 정부, 국회, 기업, 문화예술계 등 각계가 힘을 모았으나 역부족이었다.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가 주도한 사우디 왕정 강화와 '비전 2030'을 위해 2020년 11월 엑스포 유치 신청서 제출 직후 적극적인 외교전을 펼쳤기 때문에 사실상 후발주자로서 활동하며 선점 효과를 빼앗겼다는 평가다.
공식선언 후 9년 여정…尹정부서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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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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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여정은 2014년 서병수 당시 부산시장의 엑스포 유치 공식화 선언부터 시작된다. 당초 부산은 하계올림픽 개최를 희망했으나 제반시설 마련과 향후 도시 발전 가능성 등을 따져 엑스포 유치로 선회한 것이다. 부산은 이에 2016년 산업통상자원부에 유치계획서와 부산 시민 137만명의 서명서, 대정부건의문 제출하며 엑스포 유치를 위해 본격적인 행보를 걸었다. 2019년 5월에는 문재인 정부가 처음으로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국가사업으로 확정하면서 정부 차원의 지원도 시작됐다. 2021년 4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형준 부산시장이 바통을 이어받아 같은 해 6월 직접 프랑스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에 2030세계박람회 유치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2020 두바이 엑스포, 2025 오사카엑스포에 이어 재차 아시아의 도시, 특히 동북아의 도시가 될 가능성이 낮다는 안팎의 인식에 따라 적극적인 외교전을 펼치지는 않았다. 실제로 현재까지 같은 권역에 있는 도시가 잇따라 개최지로 선정된 사례는 1928년 BIE 창립 이래 한 번도 없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동시에 본격적인 유치전이 시작됐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유치신청서를 냈던 러시아(모스크바)와 우크라이나(오데사)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전무해졌고, 최종투표까지 올라온 후보 중 이탈리아 로마는 이탈리아가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더 힘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역전 시나리오를 쓸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윤 대통령 정부는 출범 후 567일간 맹추격을 시도했다.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500여일간 윤 대통령·한덕수 국무총리·김진표 국회의장, 14개 기업 총수 등 민관이 이동한 거리를 합산하면 1989만1579㎞로, 지구 495바퀴에 달한다. 정상외교도 모두 경제·안보 현안을 제외하면 모두 엑스포 유치에 초점을 맞췄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만난 각국 인사는 96개국 462명, 한 총리가 만난 인사는 112개국 203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야드 건설에 4300조원 투자, 엑스포 관련 10조원 지원을 약속한 사우디에 큰 차이로 패배하자 대통령실과 정부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민관이 원팀으로 치열하게 노력했지만, 아쉬운 결과를 맞이했다"며 "밤늦게까지 결과를 기다리고 부산 유치를 응원해 주신 부산 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유치전으로 쌓은 외교네트워크 다른 무대서도 발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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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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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유치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번 유치전을 계기로 세계 각국과 논의한 각국과 약속한 경제협력과 국제사회 기여 프로그램을 차질 없이 이행할 예정이다. 다자무역 회복 및 공급망 다변화, 외교력 강화를 위해서는 주요국뿐만 아니라 신흥공업국·개발도상국과의 상호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윤 대통령은 지난 다자회의 참석을 계기로 부룬디, 기니비시우, 쿡제도, 산마리노, 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 네팔 등 국가와 수교 후 첫 정상회담을 갖고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특히 한국은 2024~25년 유엔 비상임이사국이며, 하며 내년 5월 서울에서 열리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의 의장국으로서 경제·외교·안보 분야에서 국제적 영향력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과 많은 기업인들이 정말 BIE 회원국을 한 나라도 빠짐없이 접촉하고,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며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표방하는 그야말로 글로벌 중추 외교의 기조를 제대로 수행했다고 할 수 있다"고 이번 유치전을 평가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2035 엑스포에 재도전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미리 관리하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유치위와 부산 등은 우리가 유치전에 1년 늦게 뛰어든 만큼 사우디를 역전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번 유치 실패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2035 엑스포 유치 신청을 결정하게 된다면 발 빠르게 움직이겠다는 취지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날 투표 결과가 나오자 "우리 부산은 전 세계로부터 뛰어난 역량과 경쟁력, 풍부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며 "이를 바탕으로 정부, 부산시민과 충분히 논의해 2035년 엑스포 유치 도전을 합리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재도전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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