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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이준석 “인요한, 흔한 60대 아저씨 돼버렸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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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서도 유의미한 지지 확인
영호남 걸친 전국정당 목표

국힘, 이재명 악마화만 골몰
복지 어젠다 등 주도 기회 놓쳐
보수의 승리방정식 무너졌다


매일경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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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2011년 12월27일 정치에 처음 입문했다. 그의 나이는 26세였다. 그를 새누리당으로 영입한 것은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었다.

세 차례의 국회의원 선거 낙선과 당 대표 당선, 그리고 대통령 선거 승리를 이끈 그는 지금 ‘정치적 고향’을 떠나려고 한다. 정계 입문 12주년인 내달 12월 27일에 말이다.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이준석 전 대표를 매일경제가 28일 만났다. 그는 “신당 창당 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반대를 중심에 두고 선거를 치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 보수는 변화에 대해 오히려 적극적이었다”며 “진보 진영의 어젠다라 여겼던 복지 정책 측면에서도 국민들에게 더 설득력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국민의힘 소속으로 총선을 치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다. 다만 그 ‘조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부부싸움을 예로 들며 “‘알아서 우선해라’식의 반응이 나오는 게 인지상정”이라며 “제 스스로도 이런 말을 해야 하는 게 굉장히 모욕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 ‘여야에서 공천을 못 받을 사람이 이준석에게 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엔 “양당 공천이 공정하게 이뤄질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공천을 받는다고 해서 결코 나은 정치인이 아닐 것이고, 더 어려운 길에 참여한다고 해서 패배자들도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석 전 대표와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영남 이외에도 신당이 성과를 거둬야 하는 지역을 꼽자면.

▷전국의 어느 곳 하나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지 않은 곳은 없다. 다만 의미가 있는 곳 중 하나는 호남이다. 보수정당에서 계속 활동해왔지만 저에 대한 유의미한 지지가 호남에서도 있다. 과연 1980년 5·18을 벗어난 어젠다들을 광주에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의미일지 저도 궁금하다. 당 대표를 할 때 복합 쇼핑몰, 광주 공항 문제 등 지역의 구체적인 문제를 다루기 시작하면서 꽤 많은 분들이 연락을 주셨다. 광주도 어느 측면에서는 경쟁이 필요한 정치 문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영남권에서 신당으로 최소 30석 목표를 말했다. 30석이란 수치가 나온 배경은 무엇인가.

▷영남권 의석이 60석 정도 된다. 그 절반을 가져올 역량이 된다고 하면 의미가 있을 것이다. 신당이란 것이 절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반대가 중심이 돼서는 성공이 어렵다. 영남 같은 경우 기존 보수정당이 텃밭이라고 안일했던 지점이 있다고 하면, 그 부분에 대한 반발이 있기 때문에 저에 대한 지지가 형성될 것이다.

―처음 생각했던 보수의 가치에 관한 생각에는 변함이 없나.

▷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총선과 대선을 도우면서 정치를 시작했다. 그 때만 하더라도 보수가 변화에 대해 적극적이라고 생각했다. 박 전 대통령이 경제민주화 가치를 들고 나왔고 따뜻한 생애주기형 맞춤복지를 내놨다. 복지 측면에서 더 국민에게 설득력 있는 아이디어였다. 최근 들어선 보수정당이 바라는 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밖에 없어 보인다. 대선 때야 상대를 악마화해 선거를 치를 수 있다. 하지만 집권한 이상 보수가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어야 하는 부분은 경제, 사회, 교육 분야의 개혁이었다.

―대선 승리 이후 당 대표에서 물러날 때까지 남긴 변화는 무엇인가.

▷보수정당이 이기는 방법론을 정립했는데도 이를 부정하고 다시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게 너무나도 뼈가 아프다. 지난 선거에서는 20대, 30대가 저희가 이야기하는 정책들에 반응해 보수를 찍었다. 그런데 이제 그건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서 이 정권을 이끌어 나가니까 작금의 사태가 발생했다. 보수가 굉장히 큰 기회를 잃었다. 그렇게 만든 분들이 좀 야속하긴 하다.

―당에서 어떻게 했을 때 돌아와 역할을 맡을 수 있나.

▷부부 싸움을 하면 “나한테 물어보지 마. 알아서 해”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게 인지상정이다. 저는 미주알 고주알 협상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저 스스로도 그런 말을 해야 하는 게 굉장히 모욕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지금 모두 알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이 잘못됐고, 국민들이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잘 알 것이다. 본인들이 가진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하지 못하는 것도 있을 거다. 근데 그렇게 재고, 따지고 할 때가 아니다.

―여야에서 공천 못 받을 사람들만 이준석 신당에 온다는 시각도 있다.

▷양당에서 공천이 완벽히 공정하게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 않을 것 같다. 어쩌면 국민이 굉장히 싫어하는 정치인이 권력자에게 줄만 잘 섰다는 이유로 공천을 다시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게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천을 받는다고 해서 결코 나은 정치인도 아닐 것이고, 공천 가능성을 포기하고 더 어려운 길에 참여한다고 해서 그들이 패배자들도 아닐 것이다.

―개인적으로 어떤 정책 아젠다에 관심을 갖고 있나.

▷제가 만든 ‘여의도 재건축 조합’이란 유튜브 채널에 있는 정책 관련 영상이 7할 이상이다. 지난 대선이 가장 아쉬웠던 점은 대장동을 둘러싼 공방 속에서 많은 정책 어젠다들이 상실됐다. 특히 교육 이슈는 굉장히 중요한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부터 전혀 다뤄지지 않고 있다. 교육 정책에 있어 저는 상당히 급진적이다. 지금의 의무 교육에서, 국가가 교육의 성과까지 책임지는 책임 교육까지 나아가야 한다. 지금까지는 학교에 앉아만 있으면 졸업시키는 문화였다면, 이제는 학생들에게 일정한 성취도를 무조건 요구하는 방식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누구에게는 속진을 허용하고, 누구에게는 유급 같은 재교육을 허용해야 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

―여야에서 공매도 금지, 노후신도시 특별법 등 경쟁적으로 정책 제안을 하고 있다.

▷제가 대표를 할 때도 공매도 관련된 내용들은 만지작거린 적이 있다. 그런데 공매도 금지가 한국 주식시장에 굉장히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개선되지 않는데 공매도 제도를 건드리는 것만으로 갑자기 종합주가지수가 2, 3배씩 오르는 상황은 없을 거라고 봤다. 불합리한 제도 개선이 아니라 ‘이것만 하면 재산이 오른다’식의 기대를 갖고 정책을 발표하는 건 옳지 않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인 위원장은 혁신위원장을 맡으면서 두 가지 타이틀을 노려볼 수 있었다.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해 한국 정서를 잘 이해한다고 하셨어도 된다. 아니면 귀화한 외국인으로서의 특성을 강조하면서 다른 시각과 관점으로 당을 바꿔보겠다고 하실 수 있었다. 그 두 측면이 혼재돼버린 게 너무 아쉽다. 인 위원장이 원래 중·고등학교를 국제학교를 다녔다. 전문의는 외국에 가서 하신 다음에 지금은 외국인을 상대로 진료하는 국제의료센터장을 하고 계시다. 외국인 시각과 의료인이란 정치와 거리가 있는 직업을 갖고 계셨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강조하실 수 있었다. 하지만 인 위원장이 ‘아랫목’ ‘나라님’ ‘버르장머리’ 말씀을 하시면서 흔한 60대 한국인 아저씨가 돼버렸다.

―인 위원장에게 영어로 대화한 것을 두고 ‘인종차별’이란 비판도 있었다.

▷저는 미국에서 대학 다니는 내내 다문화 환경에서 살았다. 한국계 미국인도 두 가지 부류가 있다. 처음에 한국어로 말을 시작한 집안과 처음부터 영어로 시작한 집안이 많이 차이가 난다. 인요한 위원장 인터뷰하시는 것을 한국어와 영어 모두 다 봤다. 인 위원장은 모어를 영어로 사용하시는 게 맞다. 최근에도 ‘준석이는 도덕이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이것도 한국어로는 약간 생소한 표현이다. 예의가 없다고 말씀하시고 싶었던 거다. 생각을 영어로 하고 거꾸로 한국어로 번역해 말씀하시다 보니 그런 표현이 나온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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