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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4 (월)

집게손 사태, 게임업계 사상검증 논란 불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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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스토리 홍보영상서 시작된 남성혐오 의혹
게임사 사과했지만…여성단체·노조 "노동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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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이 지난 23일 공개한 메이플스토리 앤젤릭버스터 리마스터 홍보 영상에서 논란이 된 장면. /그래픽=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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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의 인기 MMORPG(다중역할접속수행게임) '메이플스토리' 홍보 동영상에서 시작된 '남성 혐오'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영상 속 캐릭터가 취한 손 모양이 남성을 비하하는 의도를 담았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넥슨은 즉각 사과에 나섰으며 동영상 외주제작사도 문제가 된 스태프를 앞으로 작업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성단체와 외부 노동조합은 해당 논란이 게임업계 페미니즘 사상검증이자 노동권 침해라고 보고 단체행동에 나서면서 논란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손동작 "남성혐오 표현"

게임업계 '남성 혐오' 논란은 넥슨이 지난 23일 공개한 메이플스토리 앤젤릭버스터 리마스터 홍보 영상에서부터 시작됐다. 넥슨이 공개한 영상은 '전장의 아이돌' 콘셉트를 가진 앤젤릭버스터 캐릭터가 춤추고 노래하는 애니메이션으로, 외주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스튜디오 뿌리'가 제작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영상 속 캐릭터가 안무 도중 엄지와 검지손가락을 모으는 동작을 취했는데, 이것이 남성혐오, 페미니즘을 의미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급진적 페미니즘을 내세웠으나 2017년 폐쇄된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는 남성의 작은 성기를 비하하기 위한 목적으로 엄지와 검지를 모으는 손동작을 사용했다. 영상 제작사 애니메이터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페미니즘 지지 게시물이 올라왔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홍보 동영상을 비공개 조치하고 스튜디오 뿌리가 제작한 모든 영상을 전수조사 중이다. 김창섭 메이플스토리 디렉터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타인에 대한 혐오를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이 메이플(스토리)을 유린하도록 두지 않겠다"면서 "스튜디오뿌리를 포함한 각종 외주사에게도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스튜디오 뿌리 또한 사과문을 통해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손동작이 영상 곳곳에 삽입됐다는 의혹이 있다. 이는 동작과 동작 사이에 이어지는 것으로 의도하고 넣은 동작은 절대 아니"라면서 즉각 사과에 나섰다.

뿌리는 "불쾌감을 느끼게 해드린 것에 잘못을 통감한다. 해당 스태프는 앞으로의 수정 작업과 더불어 작업하는 모든 PV(홍보영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2차 사과문을 통해 문제가 된 스태프가 퇴사했다고 알렸으나, 해당 사과문은 현재 삭제됐다.

넥슨은 또다른 게임 던전앤파이터, 블루아카이브 홍보 동영상에도 스튜디오 뿌리가 제작한 영상을 비공개 처리하고 사태 조사에 나섰다. 네오위즈와 스마일게이트를 비롯한 다른 게임사도 스튜디오 뿌리가 제작한 영상을 비공개하고 조사를 시작했다. 메이플스토리 홍보 영상에서 시작된 남성 혐오 논란이 게임업계로 퍼져나가는 양상이다.

여성단체·외부 노조 "페미니즘 사상검증, 노동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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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민우회와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여성노동자회를 비롯한 9개 단체는 28일 성남시 판교 넥슨코리아 본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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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와 외부 노조, 시민단체는 이번 사태를 게임업계 내 페미니즘 사상검증이자, 직원을 보호하지 않은 노동권 침해라고 주장하면서 집단행동에 나섰다. 한국여성민우회와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여성노동자회를 비롯한 9개 단체는 28일 성남시 판교 넥슨코리아 본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와 함께 넥슨 사옥 앞에는 "노동법 사망을 애도한다"는 내용이 담긴 근조화환이 배달됐다.

민우회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손동작이 남성혐오를 상징한다는 건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가 만들어낸 억지 논란이며, 이러한 논란이 구조적 약자인 노동자 개인에게 표적을 돌린다고 했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부교수는 민우회 활동가가 대독한 발언문을 통해 "(넥슨 사태는)근로기준법 위반 행위이자 하청업체에 대한 꼬리자르기식의 압력 형사"라면서 "게임업계는 억지 민원에 응하기보다 노동자를 보호하고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오전 온라인 커뮤니티에 기자회견을 여는 여성단체 회원을 죽이겠다는 칼부림 예고글이 올라오면서 넥슨 사옥 주변에는 경찰 인력이 배치되기도 했다. 넥슨 측은 이날 집회에 대해 "따로 입장을 표명할 것은 없다"고 밝혔다.

반복되는 논란…'문제인가 아닌가'

게임업계 페미니즘 사상검증 논란은 2016년 넥슨 '클로저스' 사태부터 반복돼왔다. 청년유니온이 지난 9월8일부터 10월3일까지 조사한 사이버불링과 성차별 실태 제보분석 결과에 따르면, 62건에 달하는 제보 중 '게임 이용자 등에 의한 사이버 사상 검증'이 28건으로 가장 많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당 건과 관련해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주문했다.

문제가 된 손동작이 혐오 표현이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기자회견 현장에서 만난 김환민 민주노총 산하 IT노조 부위원장은 "누구나 페미니즘이라고 모는 게 너무 쉽다"면서 "지금 문제삼는 걸 보면 메갈(리아의) 손동작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도 많은데, 이런 것까지 넥슨이 전부 대응해주면서 오히려 기름을 붓고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게임은 인터랙티브 아트, 상호작용이 중요한 문화예술이고, 게임의 서사를 공유하는 모든 콘텐츠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걷잡을 수밖에 없이 커진다"면서 "창작자들의 자기검열이 강화되는 점은 안타깝지만, 외주 기업을 포함해 창작자들은 상호작용성을 염두에 두고 세심하게 배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넥슨 관계자는 "우리 사회의 긍정적 가치를 훼손하는 모든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제작사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확인 후 회사 차원에서의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고, 재발 방지를 위해 외부 제작된 작업물에 대한 내부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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