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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유통업계 대규모 할인행사 속 미국 온라인 소비가 폭발한 반면 우리나라의 민간소비는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댄다. 고금리·고물가 여파다. 수출이 간신히 '플러스(+)' 전환했지만 소비 부진이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물가를 반영한 실질소비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0.8% 증가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소비 회복은 요원한 상황이다.
실제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비지출을 뜯어보면 △의류·신발(-11.6%) △가정용품·가사서비스(-10.9%) △기타상품·서비스(-4.7%) △음식·숙박(-3.1%) △주류·담배(-1.9%) 등 실질소비지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뒷걸음질쳤다.
그럼에도 전체 실질소비지출이 증가한 건 해외여행 수요 폭증으로 오락·문화 실질소비지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8% 급증한 영향이다. 주거·수도·광열도 같은 기간 3.1% 늘며 주거비 지출 부담도 늘었다. 실제 내수로 이어지는 소비는 부진의 늪에 있다는 얘기다.
소비 부진은 고물가와 고금리 영향이다. 소득은 제자리걸음하는 상황에서 갚아야 할 이자 부담은 늘고 물가마저 고공행진하자 소비자들이 쇼핑 등을 위해 지갑을 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소비자 물가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2021년 9월 2.4%에서 10월 3.2%로 뛴 후 올해 5월까지 단 한 번도 3%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지난 6월(2.7%)과 7월(2.3%) 반짝 2% 물가를 기록했지만 8월부터 다시 3%대로 올랐고 상승폭도 3개월째 확대됐다. 11월 물가 상승률이 3.5~3.6% 안팎으로 소폭 내릴 전망이지만 여전히 2%대 물가는 먼 상황이다.
고금리에 따른 이자부담도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3분기 가구당 이자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24.2% 증가했다.
이에 소비심리도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7.2로 전월(98.1)보다 0.9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7월(103.2) 이후 4개월 연속 하락세다. 3개월 연속 지수 수준이 100을 하회하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2년)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낙관적,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특히 소비자심리지수를 구성하는 6개 요소 중 소비지출전망지수는 10월보다 2포인트 하락(113→111)해 하락폭이 가장 컸다. 황희진 한은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장은 "소비지출전망지수의 경우 높은 물가 수준에 따른 소비 여력 둔화로 외식비, 여행비, 교양·오락·문화비 중심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KDI(한국개발연구원)도 지난해 4.1%였던 민간소비 증가율이 올해 1.9%로 낮아지고 내년에는 1.8%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을 고려해 정부가 내수 부양책을 마련할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다음달 말쯤 발표 예정인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도 관련 대책이 담길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건전재정을 내세우고 있는 정부가 지출을 조이는 상황이라 '돈 풀기 없는 내수 부양책' 효과에 대한 의문부호가 뒤따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가 재정지출을 묶어놓은 상황에서 효과가 뚜렷한 내수부양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통화정책을 통해 금리를 낮추는 게 소비 회복을 위한 현실적인 방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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