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투석기로 날리느냐” vs 한 “안보리 조롱”
중·러, 북 두둔… 미 “북이 안보리 권위 약화”
7월 13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비확산·대북한 관련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도중 황준국(왼쪽 두 번째) 주유엔 한국대사가 김성(맨 오른쪽) 주유엔 북한대사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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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최근 북한의 군사 정찰위성 발사에 대한 대응 방안을 27일(현지시간) 논의했지만 애초 예상대로 대북 규탄 성명이나 제재 결의안을 내놓지 못했다. 미국 등 서방과 중국·러시아 간 대립 탓이다.
이날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공식 회의에 참석한 유엔 정무·평화구축국(DPPA)의 칼레드 키아리 중동·아시아·태평양 사무차장은 보고를 통해 “북한은 2021년 발표한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대로 실행하고 있다”며 “북한의 군사 정찰위성 개발은 전술핵무기 개발을 포함한 이 계획의 일부”라고 밝혔다. 지난 21일 북한이 위성을 발사한 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북한의 어떤 발사 행위도 금지하고 있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것이다.
키아리 사무차장은 또 “북한은 일본 해상보안청에 발사 사전 통보를 했지만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에는 발사를 고지하지 않았다”며 국제 항공 및 해상 교통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반발했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현재 5,000개 이상의 위성이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데 왜 북한 인공위성만 문제 삼느냐”며 북한은 정당한 주권을 행사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사는 “미국은 위성을 쏠 때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투석기로 위성을 날리느냐”고도 반문했다.
이에 이해당사국 자격으로 이날 회의에 참석한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북한은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차원을 넘어 조롱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꼬집었다. 황 대사는 “북한의 도발적 행동은 더 이상 지역적 문제가 아닌 글로벌 문제”라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북한이 러시아에 탄약을 공급하고 있다는 내용의 정보를 거론했다.
비토권(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 중국·러시아는 이날도 북한을 두둔했다. 겅솽 주유엔 중국 부대사는 “어떤 국가도 자국 안보를 위해 다른 나라의 자위권을 희생시킬 수 없다”고 말했고,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러시아 차석대사 역시 북한의 위성 발사가 미국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방위권 행사 차원이라는 북한 논리를 되풀이했다. 이들이 미국 등 서방과 대립각을 세우고 북한을 편들면서 2018년 이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및 위성 발사에 대해 안보리는 제재 결의나 성명 채택 등 구체적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북한이 반복적인 결의 위반으로 안보리의 권위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러시아를 향해서도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을 규탄할 의지가 없다고 질타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북한이 러시아에 컨테이너 1,000개를 열차로 보냈다는 정보를 재차 언급하면서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 협력 강화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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