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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4 (토)

“지적장애와 달라요”… ‘경계선 지능장애’에 대한 오해와 진실[마음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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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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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종종 종합심리검사 처방을 낸다. 그 사람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고 싶을 때 검사를 진행하는데, 주로 성격과 감정 상태에 대해 분석하지만 지능지수 또한 측정된다. 사람을 지능으로 나누는 것에 대한 반감이 내게도 있었지만 정신과 의사로 일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지능지수가 삶에 미치는 영향력을 점점 더 느끼게 된다.

웩슬러 지능검사라는 도구를 이용해 지능지수를 산출한다. 인지능력을 포괄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4개 혹은 5개 영역에 걸쳐 검사한다. 언어 이해 영역, 기억 영역, 머릿속으로 시각화된 데이터를 기억하고 조작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시각·공간 지능 영역, 상황 속 단서를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유동 지능 영역, 정신적인 민첩성을 측정하는 처리 속도 영역이다. 이를 합산해 흔히 IQ라고 부르는 결과값이 나오는데, 이는 절댓값이 아니라 상댓값으로 각 연령대에서 중간에 해당하는 점수가 100이다. 지능지수 85까지를 평균 범주의 지능으로 보며, 70 미만은 지적장애로 진단한다. 지능지수 70 이상 84 이하가 바로 경계선 지능에 해당한다. 전체 인구의 13.6%다.

어렸을 때부터 말이 유독 늦게 트이는 등 발달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지적장애와 달리 경계선 지능은 대개 유년기에 발달 지연이 두드러지지 않아 알아채기 어렵다. 흔히 나타나는 모습으로 학습 능력 부진이 있지만, 교과과정이 어렵지 않은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그것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 되면서 점차 성취도가 낮아지고 학업에 흥미를 잃는 모습을 보여 뒤늦게 경계선 지능임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또 대표적인 특징은 문제 해결 능력의 부재이다. 타인이 알려주거나 기존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일들은 잘 처리할 수 있지만, 처음 접하는 일은 하기 어려워한다. 대인관계에서 눈치껏 적절히 행동하는 것이 어려워 마찰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이 글은 경계선 지능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르자고 쓰는 글이 아니다. 경계선 지능으로 진단되더라도 조기에 인지치료 같은 개입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지능이 평균 범주까지 잘 발달하는 경우가 많다. 지능지수는 타고나는 측면이 아주 큰 것이 사실이지만 계속해서 성장 중인 어린 시절의 뇌는 전문적인 훈련과 학습을 거듭한다면 충분히 더 발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기에 개입할수록 좋은 경과가 나타난다. 학습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등 의심스러운 모습이 있다면 인지검사를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안타깝게 조금 늦게 발견하더라도 관심사에 맞는 일을 하거나 높은 성취도가 필요하지 않은 일을 한다면 한 성인으로 충분히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을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2017년 팟캐스트를 시작으로 2019년 1월부터 유튜브 채널 ‘정신과의사 뇌부자들’을 개설해 정신건강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9월 기준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18만3000명이다. 에세이 ‘어쩌다 정신과 의사’의 저자이기도 하다.

김 원장의 ‘정신과 의사가 알려주는 경계선 지능의 오해와 진실’(https://youtu.be/_Z3B30lI9eg?si=XLYRV9JV08XKqeuI)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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