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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7 (화)

中 일정 단축으로 ‘한중일 회견’ 무산… 3국 정상회의 계획 못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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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외교회담]

4년만의 만남… 왕이 조기 귀국

언론 발표문도 채택 못하고 끝나… “中, 한미일 연대에 불편함 드러내”

정부, 3국 정상회의 내년초 추진

동아일보

손 맞잡은 한중일 외교 박진 외교부 장관(가운데),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상(왼쪽),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6일 부산 해운대구의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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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누리마루 에이펙(APEC)하우스 회의장. 한국과 중국, 일본 외교장관이 1시간 40분가량의 회의를 마친 뒤 곧장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의장국인 한국의 박진 외교부 장관이 일본의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외상과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 겸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배웅했다.

3국 외교장관이 회담을 위해 한자리에 모인 건 4년 3개월 만의 일이었다. 하지만 3국이 회담 결과를 알리는 공동 기자회견은 무산됐다. 2019년 8월 베이징에서 열렸던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직후에 3국 장관이 나란히 서서 회담 결과를 알렸던 것과 달라진 풍경이었다. 이번 회담은 한중일 정상회의 일정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뒤 일정 공식 발표도 없었다.

● 한중일 정상회의 일정 합의-발표 못 해

한중일 3국은 26일 열린 외교장관회의에서 다음 단계인 3국 정상회의를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열기로 하고 준비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하지만 의장국인 한국이 희망했던 연내 개최가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정부는 내년 상반기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까지) 합의된 정상회의 개최 일시는 없다”며 “여러 안을 가지고 소통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최근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정상회의 등에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실제 정상회의 성사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외교가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3국 외교장관은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냈다. 박 장관은 “그간 코로나19 등 여러 여건으로 인해 한동안 3국 협력이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오늘 회의에서 3국 협력을 조속히 복원하고 정상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미래세대 교류 사업을 한중일의 중점 협력 사업으로 추진하자고 제안했고, 중국과 일본도 이에 동의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한중일 3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각급에서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

● 왕이 일정 단축에 공동회견-만찬 무산

이번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의장국인 한국 외교부는 당초 3국 장관의 공동 기자회견과 친교 성격의 만찬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왕 부장이 일정 단축을 통보해 왔고 왕 부장의 귀국 일정이 당겨지면서 결국 공동 기자회견과 만찬 모두 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왕 부장은 이날 회담을 마친 직후 곧바로 귀국길에 올랐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왕 부장이 언제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지 일정도 막판까지 확답을 주지 않았다”고 했다.

공동 기자회견과 만찬까지 사실상 거부한 왕 부장의 이른 귀국 결정을 두고 일각에서는 “한일이 미국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데 대해 중국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한일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던 중국이 최근 미중 대화 등이 이어지자 한중일 협력에서 소극적인 방향으로 태도를 바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중일 3국은 이번 회의를 마친 뒤 공동 언론 발표문도 채택하지 않았다. 3국 외교부가 회의 결과를 정리한 자료를 각각 발표하는 식이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상회의 이후에는 (각국의 공동 입장을 담은) 결과 문서가 나오지만, 외교장관회의에는 일정한 관례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왕 부장과 가미카와 외상은 이번 방한 기간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하지 않았다. 앞서 2015년 3월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방한했던 왕 부장과 기시다 후미오 당시 일본 외상이 청와대로 찾아가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예방했던 것과는 다른 점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왕 부장의 윤 대통령 예방은 애초에 추진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한중일 외교장관회의가 부산에서 열렸고, 왕 부장 일정도 촉박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부산=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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