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6일 충북 청주 오송 궁평 2지하차도 침수 사고현장에서 소방과 경찰, 군이 합동으로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홍수 예보에도 ‘모래성’으로 물막이
지난 7월 충북 청주시 오송읍에서 발생한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부실하게 쌓은 임시제방에서 비롯됐다는 감식 결과가 나왔다.
25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8일 궁평2 지하차도와 미호강 임시제방 현장 감식 결과를 검찰에 전달했다. 사고 엿새째인 지난 7월 20일 합동 감식을 마친지 111일 만이다. 국과수는 지하차도가 설계대로 시공된 것으로 미뤄, 임시제방 붕괴가 침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소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과수 등은 유관기관과 3차원 스캐너 등을 투입해 지하차도와 임시제방 주변을 정밀 감식했다. 참사 당일 제방 모습을 재구성하고, 강물 흐름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감식 결과 국과수는 부실한 임시제방이 무너지면서 미호강이 범람했고, 이로 인해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반면 지하차도 내부 저수조 등은 설계 용량대로 구축됐고, 결함으로 볼 만한 내용은 확인하지 못했다.
지난 7월 21일 도종환 국회의원이 청주사무소에서 공개된 오송 참사 직전 임시제방 보강공사 모습.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임시제방 붕괴로 침수”…지하차도는 설계대로 시공
검찰 관계자는 “국과수 감식 결과를 전달받아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수사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임시제방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미호천교 신설 공사를 하면서 자연제방을 헐고 쌓은 둑이다. 사고 당시 자연제방보다 1m가량 낮았다. 지하차도까지 거리가 350여m에 불과했으나, 홍수기를 앞두고도 행복청과 시공사는 제방 관리를 제대로 안 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당일인 7월 15일 오전 임시제방이 붕괴하면서 많은 양의 강물이 삽시간에 지하차도를 덮쳤다. 당일 오전 8시 3분쯤 월류(越流)가 시작됐고, 오전 8시32분쯤 지하차도에 물이 들어왔다. 불과 10분이 채 되지 않은 8시40분쯤 지하차도에 물이 가득 찼다. 이 사고로 지하차도에 갇힌 14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미호천교 공사 관계자와 인부 등은 “사고 당일 새벽부터 임시제방 높이기 작업을 했다”고 해명했으나, 주민들은 “추가로 쌓은 둑은 흙을 긁어모은 모래성에 불과했다”며 ‘부실 물막이 공사’를 주장하고 있다. 사고 당시 임시제방을 목격한 한 주민은 “큰 모래주머니를 쌓아도 모자랄 판에 굴삭기로 모래를 긁어모아 보강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발생을 유발한 미호천교 아래 임시제방. 붕괴한 제방을 톤백 마대를 쌓아 보강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충북도·청주시 현장대응 적절성 쟁점
미호강 임시제방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무조정실은 사고 직후 행복청과 충북도 등 관계 기관 감찰에 나서 부실한 임시제방을 참사 ‘선행 요인’으로 지적했다. 국무조정실은 “미호천교 아래 기존 제방을 무단 철거하고, 임시제방을 부실하게 쌓고도 이를 제대로 감시·감독하지 못했다”며 “호우경보와 홍수경보, 주민 신고 등 수많은 경고가 있었지만, 여러 기관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이런 결과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200명에 달하는 관련자를 소환하는 등 5개월째 참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충북도와 청주시, 행복청, 금강유역환경청, 시공사 등 관계기관을 잇달아 압수수색 했다. 국과수가 침수 원인에 대한 객관적 자료를 내놓으면서 자치단체 현장대응과 사망 사고 간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데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임시제방 월류 전후부터 지하차도 침수 사고 전까지 교통통제 등 적절한 조처가 가능했는지가 쟁점이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