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실용적 옷 소비 해법
킬로숍, 코트 등도 값싸게 구입 가능
‘온라인의 반값’ 창고형 가게도 인기
“청년층 실용적 소비 시장 커질 것”
24일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에 있는 옷가게에서 “옷을 100g당 2900원에 판매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최근 의류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옷을 무게 단위로 판매하는 이른바 ‘킬로숍’에 MZ세대의 발길이 모이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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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옷 100g을 2900원에 팝니다.”
23일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의 한 옷 가게. 평일 낮 시간대였지만 옷을 구경하는 손님들로 붐볐다. ‘100g에 2900원’이라는 안내문이 붙은 저울에 외투 1벌과 겨울 치마 2개를 올려놓자 1.12kg으로 측정돼 3만2480원에 살 수 있었다. 옷 1벌당 1만 원에 불과해 통상 10만 원이 넘는 겨울옷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었다.
최근 의류·신발 가격이 31년 만에 최고 폭으로 상승하는 등 고물가 여파가 이어지자 옷을 무게 단위로 판매하는 이른바 ‘킬로숍’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가게 사장인 황재민 씨(37)는 “주로 20, 30대 청년들이 니트나 코트, 재킷처럼 일반 가격으로 사면 비싼 옷을 저렴하게 구매해 가는 편”이라며 “평일엔 20∼30명, 주말엔 2배 넘는 손님들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 ‘5000원 균일가’ 창고형 옷 가게도 인기
최근 식재료비 인상으로 외식비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고물가 여파는 의류 판매업까지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의류·신발 소비자물가지수는 112.3을 기록했다. 2020년 100을 기준으로 측정한 물가지수는 지난해 10월(103.9)에 비하면 약 8.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 8.3% 올랐던 1992년 5월 이후 31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이에 MZ세대 사이에서는 옷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가게들이 ‘핫 플레이스’(인기 있는 장소)로 떠올랐다. 23일 킬로숍에서 옷을 사 간 오숙영 씨는 “친구에게 전해 듣고 경기 수원에서 찾아왔다”며 “겨울옷은 여름옷에 비해 가격이 훨씬 비싼데 저렴하게 팔아 여러 벌 사서 한 철 입기에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옷 한 벌을 5000원 등 균일가로 저렴하게 파는 옷 가게나 창고형 옷 가게도 인기다. 이날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의 지하 옷 가게에선 티셔츠와 바지를 각각 5900원 균일가에 팔고 있었다. 이곳에서 옷을 구입한 김서은 씨(26)는 “근처 브랜드 옷 가게는 바지 한 벌에 6만 원이라 비싸서 안 샀는데 여기서는 바지와 티셔츠까지 두 벌이나 샀다”며 “요즘 옷뿐만 아니라 음식값도 비싸서 생활비 지출이 큰데 조금이라도 저렴한 곳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경기 파주에서 창고형 옷 가게를 운영하는 강대현 씨(52)는 “동대문시장에서 가져온 옷을 7000원에서 2만 원 사이에 판매하는데 젊은 고객들이 많이 찾는다”며 “온라인 쇼핑몰의 반값에 팔다 보니 서울이나 인근 도시에서 찾아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 전문가 “실용적 소비 당분간 이어질 것”
전문가들은 MZ세대의 이런 소비 흐름이 장기적으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식비나 생필품 등 필수 영역의 물가가 계속 올라가니 부차적인 영역에서라도 소비를 줄이고 있는 것”이라며 “고물가로 인한 청년층의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된다면 실용적 소비가 이어지면서 새로운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패션과 관련한 유행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젊은층은 오래 입을 수 있는 비싼 옷보다 트렌드에 맞는 저렴한 옷을 선호하는 추세”라며 “킬로숍 같은 가게는 앞으로도 계속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최원영 기자 o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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