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한 고교가 교내 화장실에서 발생한 불법촬영의 피해자일 수도 있는 여교사에게 범행을 저지른 학생의 가정을 방문하라고 지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당국은 피해 교사에 대한 지원과 재발 방지 조치를 약속했다.
23일 제주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전날 노조 관계자들이 제주도교육청 교육감실에서 김광수 교육감을 비롯한 교육청 관계자들을 면담했다.
앞서 도내 A고교에서는 지난달 18일 체육관 여자 화장실에서 한 교사가 바닥에 놓인 갑티슈 안에 불법촬영 기기가 들어있는 것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범행이 드러나자 재학생 B군이 자수했다.
이후 이 학교 교감이 같은 달 26일쯤 B군 담임인 C교사와 학생부장 등 여교사 2명에게 B군의 가정방문을 지시했다.
두 여교사는 가정방문 직전 '혹시나 가해 학생이든 아버지든 달려들면 한 명이라도 빠져나와서 112에 신고하자'고 말하는 등 충격과 공포를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교직 3년 차인 C교사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3개월 진단을 받고 병가를 냈다. 불법 촬영기기를 처음 발견한 D교사 역시 사건의 충격과 사후에 받은 2차 피해로 심리적 고통을 겪으며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전날 교육청은 노조와의 면담 자리에서 노조가 성명서를 통해 밝힌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요구사항은 피해 여교사들에 대한 교장과 교감의 진심 어린 사과, 공무상 병가 인정과 정신과 치료 지원, 피해 여교사가 원할 경우 비정기 전보 등 교육청 차원의 지원, 재발 방지 조치 등이다.
노조는 "교육감도 노조 집행부만큼이나 해당 사안에 대해 분노하고 있었고, '제가 피해 교사분들께 대신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며 "피해 교사 회복에 최선을 다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조치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미 해당 학교 관리자에 대한 신뢰가 손상돼 회복이 어려운 상황으로 보여 인사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발언이 있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피해 교사에 대한 지원과 회복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며 사안이 마무리될 때까지 교육청과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