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석좌와 엘런 김 선임연구원은 22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게시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이 시점에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지난 9월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에 원하는 우선순위를 분명히 한 바 있다”며 “회담 이전 두 차례 위성 발사 실패는 러시아 지원 여부에 따른 강력한 인과 관계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번 발사가 러시아의 기술 이전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21일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신형위성운반로케트 '천리마-1'형에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해 발사하는 모습. 평양=조선중앙TV·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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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북한은 아마도 한국의 독자 위성 발사에 앞서 정찰위성 성공을 발표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북한이 한국에 대한 경쟁심리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며,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발사 엿새 전에 첫 위성 발사에 나선 바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군은 북한의 주요 전략 표적을 감시하는 군사정찰위성을 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 정부는 정찰위성을 오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9에 실어 발사할 예정이다.
보고서는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면서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함으로써 식량과 연료 지원뿐만 아니라 군사 위성 기술과 핵 추진 잠수함 및 탄도 미사일과 같은 다른 첨단 기술도 제공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CSIS 산하 북한 전문매체 비욘드패럴렐(Beyond Parallel·분단을 넘어)의 위성 사진에 따르면 북·러 정상회담을 전후해 나진항과 두만강 등 북·러 접경지역에 전례 없이 많은 무기 이전 및 기타 무역활동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이어 “이번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현재 북한에 부과한 10개의 안보리 결의를 이행할 수 없음을 드러낼 것”이라며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제재하기 위한 유엔 안보리의 어떠한 제재 조치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고, 이는 비확산 체제 및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9월 13일(현지시간) 러시아 극동 아무르 지역의 보스토치니 우주센터에서 만나 북러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김정은·푸틴.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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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향후 대응 방안과 관련 “한·미·일 3국이 캠프 데이비드 합의에 따라 협의를 이미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새로운 유엔 안보리 결의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요 7개국(G7)과 같은 다른 차원의 성명 및 제재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때때로 북한의 도발이 미국과 외교를 재개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북한은 내년 미국 대선을 기다리고 있으며, 북한의 외교판은 이미 중국 및 러시아와 새로운 협력으로 채워져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최근 부정적인 신호를 고려하면 남·북 대화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21일 오후 10시43분쯤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 위성 운반 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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