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안에 구체적 신규 채용인원 없어…'임시 봉합' 지적
매년 갈등 반복…'알맹이 없는 합의문' 내부에서도 불만
서울 동작구 지하철 2호선 사당역 출근길 풍경.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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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사가 총파업 하루 직전 '극적 타결'에 성공하며 파업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총파업 직전까지 끌고 갔던 인력 감축, 신규 채용 규모 등 핵심 쟁점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없어 이번 타결이 '임시 봉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공사 노사는 지난 21일 오후 늦게까지 막판 줄다리기를 벌인 끝에 임금·단체협약(임단협) 최종 타결에 성공했다.
교섭에는 제1노조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서울교통공사노조와 제2노조인 한국노총 공공연맹 통합노조가 참석했다. 협상 결렬 시 1노조는 이튿날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이번 사태를 '전면 파업' 직전까지 몰고 간 최대 쟁점은 '인력 감축'이다. 앞서 회사 측은 공사의 대규모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2026년까지 2212명을 감축하는 등 경영 합리화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고, 노조는 이로 인해 안전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는 교섭 과정에서 올해 정년 퇴직 276명, 2인1조 근무 보장 323명, 수탁 업무 인력 360명 등 총 860명 이상을 신규 채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지난 8~9일 1차 파업이 강행됐다.
2차 파업 여부를 두고 진행된 최종 교섭에서 노사는 진통 끝에 안전 인력이 필요한 분야에 대해 인력을 충원하는 것에 합의했다. 동시에 '경영 합리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데도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순필 제1노조 위원장은 타결 직후 "노사 간 시민 안전에 대한 공백이 없도록 한다는 데 의견이 접근돼 합의에 도달했다"며 "신규 채용 규모 등을 두고 협의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이양섭 제2노조 위원장도 "이번 파업 최대 쟁점이었던 경영 합리화는 노사 간 논의를 전제로 지속적으로 대화하기로 했다"며 "공사와 양 노조는 안전 공백 없이 시민이 편하고 안전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노사 간 극적 합의에도 합의문에 최대 쟁점인 '신규 채용 규모'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임시 봉합'에 불과한 합의로 인해 또다시 파업 등과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노조가 지난해 파업을 진행했던 이유 역시 '인력 감축'이었다.
실제 이번 합의안에는 구체적인 채용 인원이 명시되지 않았다. '안전 인력이 필요한 분야에 대한 인력 충원을 노사가 협의해 추진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을 뿐이다. 이 때문에 합의 결과를 두고 벌써부터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온다.
1노조 관계자는 "올해 660명을 신규 채용한 뒤 노사 간 협의를 계속해 내년 상반기 안전 공백을 최대한 메꾼다는 데 대승적으로 합의했다"고 했으나 공사 측은 "노측의 의견일 뿐 구체적 채용 규모는 물론 채용 기조 자체도 확정되지 않아 앞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합의문에도 그런 내용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노조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문이 지난 1차 합의 당시 사측이 제시한 것과 같거나 노조 측 입장에서 오히려 '후퇴'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 이번에 노사가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신규 채용 규모 660명은 지난 8일 교섭 당시 사측이 제시했던 안이다.
무엇보다 8일 교섭 당시 합의문에는 통상임금을 기본급화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재원인 약 170억원을 서울시가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으나 이번 최종 교섭에서는 60억원가량 줄어든 110억원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8일 교섭 당시 합의문 초안에 담겼던 '일방적 구조조정은 없다'는 문구 역시 빠진 것으로 전해진다.
공사 관계자는 "지난 8일 제시했던 1차 합의문에는 신규 채용 인원 등에 대한 규모가 명시돼 있었으나 최종 합의문에는 명시가 안 돼 있다"며 "노조와 공사 상호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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