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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2억1400만, 검찰 3억2100만…고위직에 말 해놨다”
10일 오후 광주 북구 북부경찰서에서 검찰 관계자가 간부급 경찰 직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러 가고 있다.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부장 김진호)는 사건 청탁을 대가로 18억5450만원을 받은 브로커 성모씨와 전모씨를 구속하고 검경 연루자에 대한 수사를 진행중이다. 성씨와 전씨는 돈을 받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이미 8월22일 한 차례 기소됐고, 이들이 실제 공무원에게 돈을 준 뇌물혐의에 대해선 현재 수사가 진행중이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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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성씨의 공소장에 따르면 성씨와 또 다른 브로커 전모씨(변호사법 위반 구속기소)는 탁씨로부터 2020년 1월~2021년 8월까지 총 22회에 걸쳐 18억5450만원을 수사무마 로비 명목으로 받았다. 두 사람이 탁씨에게 돈을 받으며 로비 대상으로 명시적으로 언급한 곳은 ▶서울강남경찰서(8회·1억3400만원) ▶광주광산경찰서(2회·8000만원) ▶검찰(7회·3억2100만원) 등이다. 나머지 로비 대상은 ‘담당 수사관계자들’로 표현됐다. 검찰은 두 사람이 탁씨에게서 받은 돈을 실제 누구에게 돈을 줬는지와 관련된 뇌물 혐의에 대한 수사를 계속중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탁씨는 2020년 1월 사업체 인수 등 명목으로 투자금을 받아 가로챘다가 서울 강남서에 고소당했다. 이 사건 무마를 청탁하는 과정에서 성씨를 처음 만났다. 당시 탁씨는 범죄혐의가 누적돼 미국으로 출국하지 못할 것을 염려해 브로커를 구하던 중 친동생과 함께 교도소 생활을 함께했던 브로커 전씨를 소개받았다. 전씨는 강남서에 로비를 통해 탁씨가 최대한 지명수배되지 않도록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았고, 결국 2020년 7월 탁씨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탁씨의 동생이 전씨에게 “형을 잡으러 경찰이 집에도 왔다고 한다. 도와달라”고 하자 전씨는 성씨를 소개했고, 성씨는 이에 “경찰 고위직에 말을 해놨다. 더 이상 탁씨를 잡으러 다니지도 않을 것이고, 내가 시킨대로 조사를 받으면 불구속으로 나올 것이니 로비할 수 있게 (탁씨더러) 경비를 달라고 해라”고 말했다. 동생을 통해 이를 전해 들은 탁씨는 2020년 8월~11월까지 총 5회에 걸쳐 성씨에게 2억3000만원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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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속, 체포 후 석방” 성공 정황…의원 언급도
박경민 기자 |
성씨는 탁씨가 2020년 6월 가상화폐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미끼로 투자금을 받아 챙겼다가 고소당했을 때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부터는 성씨와 탁씨 사이에 직접 거래가 이뤄졌다. 이 사건을 수사한 광주 광산경찰서는 같은 해 11월 광주지검 강력범죄형사부로 사건을 송치했는데 성씨는 그해 12월 탁씨에게 “주임 검사실에 근무하는 계장과 친분이 있는 다른 계장에게 인사비를 주고, 사건이 잘 처리될 수 있도록 부탁해주겠다”고 말하며 현금 2000만원을 받았다. 이후 2021년 8월까지 총 8회에 걸쳐 받은 돈은 15억3900만원. 이중엔 탁씨가 FTB코인 사기 사건도 무마도 맡기면서 2021년 8월 전달한 1800만원도 포함돼 있다.
전씨 역시 비슷한 명목으로 2020년 1월~2021년 3월까지 8550만원을 탁씨로부터 받았다. 전씨가 언급한 청탁 내용에는 ‘(가상화폐 자동매매 프로그램 미끼 투자금 편취 사건 관련) 검사가 탁씨를 구속하지 못하도록 국회의원을 통한 로비를 하겠다’는 명목도 포함돼 있다.
브로커들이 탁씨에게 언급한 수사무마 청탁이 실제로 이행된 정황도 공소장에 들어있었다. 2020년 11월 성씨는 ‘유사수신행위에 대해선 불기소로 해주고, 구속을 면하게 됐으니 광주광산서 담당 수사과장에 대한 경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성공보수 명목으로 3000만원을 받았다. 전씨의 경우 2020년 9월 서울강남서 유사수신에서 ‘체포영장 집행돼 조사 후 석방이라는 편의 제공에 대한 사례’ 명목으로 500만원을 받았다. 로비가 성공했다는 것이다.
브로커의 돈을 받은 수사기관 공무원들에 대한 뇌물 혐의를 수사 중인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부장 김진호)는 지난달 11일 구속한 목포지청 수사관 심모씨가 브로커로부터 받은 돈을 검찰 내 다른 수사관들에게 뿌린 정황이 있다고 보고 내부 수사도 병행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혐의가 드러나면 신분과 상관없이 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며 “제 식구 감싸기 소리가 나지 않도록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허정원·이찬규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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