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가 주도하는 소속감의 세계…'팬덤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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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 서양선비, 우정을 논하다 = 마테오 리치·마르티노 마르티니 지음. 정민 역주.
이탈리아 출신의 예수회 소속 선교사 마테오 리치와 마르티노 마르티니가 16세기 말과 17세기 중반 각각 중국에 파견돼 벗과 우정을 주제로 한 서양 격언을 엮어 한문으로 출판한다.
'교우론'(交友論)과 '구우편'(求友篇)이다.
교우론은 벗과 교유(交遊)하는 것에 대해 논한 것이라면, 구우편은 참된 벗을 사귀는 방법을 묻는 적극적인 내용을 담은 책이다.
두 선교사는 초기 서학(西學)을 중국에 소개하고, 한학(漢學)을 서양에 소개하는 데 선구자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교우론은 성경이나 가톨릭 성인의 말을 거의 인용하지 않은 대신 키케로, 아우구스티노스, 아리스토텔레스 등 그리스 철학자, 로마시대 현인 등이 우정에 관해 남긴 잠언과 격언의 원문을 가감해서 정리했다.
참된 벗과 가짜 벗의 구별은 어떻게 하는지, 좋지 않은 벗의 해로움과 좋은 벗의 유익함은 무엇인지 등에 관해 100개의 짧은 문장을 순서 없이 나열한 것이다. 논어를 읽는듯한 느낌을 준다.
교우론은 18세기 후반 조선에 전파돼 연암 박지원이 주도적으로 조명하는 등 중국과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식인에게 우정 담론을 전파하는 기폭제가 됐다.
마르티노 마르티니는 마테오 리치의 활약에 영감을 얻었지만, 그보다 61년 늦게 중국에 발을 디뎠다. 구우편은 교우론과 달리 성경과 성인 어록의 인용 빈도를 높이고 분량도 크게 늘렸다.
마테오 리치는 중국 고전의 시문, 산문 등 속에 우정과 벗에 대한 신의, 만남과 작별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고 우정이라는 주제를 천주교 전파의 방편으로 활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김영사.4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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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덤의 시대 = 마이클 본드 지음. 강동혁 옮김.
팬덤(fandom)은 특정 인물이나 분야를 지나치게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런 문화현상을 가리킨다.
주로 연예계 또는 스포츠계, 정치권의 인물이 팬덤의 대상이 된다.
인간은 같은 편을 만들려는 본능이 있고, 집단 속에서 사회적 정체성을 얻는다.
K팝 열풍과 극우주의의 부활 등 21세기를 움직이는 것 중 하나가 팬덤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유명 스타의 팬들은 과거와 달리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쉽게 소속감을 확인하고 집단을 형성한다.
팬덤은 시간을 초월하기도 한다. 로큰롤의 전설 엘비스 프레슬리 사후에도 170만명이 400개의 팬클럽에서 활동한다.
팬덤은 때로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때로는 괴물로 돌변할 수도 있고 목표 달성을 위한 추진력이 되지만, 비이성적인 충성심으로 변질하기도 한다.
2020년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자, 한국의 BTS 팬들은 온라인 기술을 활용해 인종차별적 트위터 캠페인을 중단시키고,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며 기금 모금 운동을 벌였다.
한편으로는 무자비한 총격으로 학생들을 마구 쏴 죽인 사이코패스를 추앙하는 팬클럽도 공공연히 생긴다.
현대 문화에서 팬덤은 새로운 종족이다. 팬덤은 정치와 융합하고, 혁명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책 전반에 걸쳐 팬덤의 양면성을 통찰한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팬덤을 경험해보지 못한 젊은 시절을 후회하며 기회가 다시 온다면 '올인할 것'이라고 말한다.
어크로스. 3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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