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 행보로 EU서 입지 좁아져…유럽 우파엔 '인기'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국익을 명분으로 한 친러시아 행보로 유럽연합(EU) 내에서 입지가 좁아진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우파 언론의 초청으로 스위스를 찾는다.
20일(현지시간) 우파 성향의 스위스 주간지 벨트보헤에 따르면 이 언론사는 22일 취리히의 한 호텔에서 오르반 총리의 특별 연설회를 연다.
벨트보헤는 이 행사에 대해 "자유에 대한 애정과 서로 다른 의견에 대한 존중이라는 공통의 가치로 스위스와 헝가리, 벨트보헤가 연결됐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오르반 총리는 연설 전날인 21일 스위스 수도 베른을 찾아 알랭 베르세 대통령과 이그나지오 카시스 외교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그는 지난해부터 각종 선거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리며 득세 지역을 넓히고 있는 유럽 각국의 우파 진영에서 롤모델처럼 평가하는 정치인이다.
극우 포퓰리즘 성향으로 분류되는 오르반 총리는 자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에 둔다는 정치 노선으로 EU 내에선 사실상 고립돼 있다.
EU 내에서 가장 크게 마찰음을 일으키는 부분은 오르반 총리의 친러시아 행보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EU의 대러시아 제재안에 반대 목소리를 내 왔고, 자국 원자력발전 단지에 러시아산 원전 2기를 추가 건설하기로 하는 등 오히려 경제 분야에서 밀착하는 행보를 보였다.
이렇다 보니 EU는 회원국인 헝가리에 코로나19 지원금 300억유로(42조3천억원)를 동결한 채 지급을 미루면서 사법부와 금융 감독기관의 독립성 등 지원금을 투명하게 처리한다는 점을 입증할 제도적 정비가 덜 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최근에도 헝가리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500억 유로(약 71조4천억원) 규모 장기 지원 패키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17일에는 오르반 총리가 중국에서 열린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상 포럼을 계기로 푸틴 대통령과 회동하기도 했다.
EU 회원국 내 균열을 마다하지 않는 오르반 총리의 스위스행은 현지 우익 진영과 교감하면서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번 연설에서 EU의 개혁 필요성, 난민에 대한 엄격한 대응 등을 화두로 제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때마침 스위스도 지난달 총선에서 우파 성향의 제1당인 스위스국민당(SVP)의 득표율 강세가 두드러지는 등 여론이 보수화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벨트보헤에 따르면 오르반 총리의 특별 연설회 입장권은 매진됐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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