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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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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당해 범행한 듯” 母 선처 호소에…‘성폭행 살인’ 최윤종 “굳이 왜 나오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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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 모친, 양형증인 출석

“자식 잘못 키운 죄, 할 말이 없다”

“죄송하지만 합의금 마련은 힘들다”

세계일보

서울 신림동 성폭행 살인 사건 피고인 최윤종이 지난 8월25일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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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신림동 등산로에서 성폭행 시도 끝에 3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최윤종(30)의 어머니가 법정에서 “자식을 잘못 키운 죄,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유족에게 사과하고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정작 최씨는 “(어머니가) 굳이 안 나오셔도 됐을 것 같다”고 답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정진아)는 20일 성폭력범죄처벌법상 강간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최씨의 네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최씨의 모친은 이날 양형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해 “돌아가신 분께 너무나 죄송하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죽을 죄를 지었는데 죽을 때까지 가슴에 못을 박고 살 것”이라고 말했다. 양형증인은 피고인의 양형사유 심리를 위해 채택된 증인이다.

피해 회복을 위한 경제적인 문제(합의금 등)를 묻는 재판부 질문에 그는 “그런 생각까지는 못 해봤다”며 “저희도 살아야 하니”라고 답했다. 이어 ‘경제적으로 합의금 마련이 어렵더라도 사과문을 쓸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선 “잘 못 알아듣겠다” “솔직히 돈 문제는 힘들다” “마음으로 전달해야죠, 너무 죄송하다고” 등 취지에 맞지 않는 답변을 내놨다.

최씨 모친은 또 “윤종이가 고등학교 다닐 때 몸이 멍투성이인 것을 확인했다. 밥을 먹지 못하고 누워 있으려 하고 많이 바뀌었다”고 학교폭력 피해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너무 외톨이로 오래 지내다보니 그런 것 같다”며 “정신과 치료를 잘 하고 살았어야 했는데 뒷받침을 못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들이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 증상을 겪어 2~3번 정도 병원에 간 적이 있지만, 처방받은 약을 버리거나 숨겨 제대로 치료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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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8월18일 오후 전날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둘레길을 찾아 박민영 관악경찰서장 등과 함께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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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측은 “최씨도 학교폭력은 기억에 없다고 한다”며 “학교 폭력이랑 이 범행은 무관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건강보험 급여 자료를 보니 2015년도 우울로 돼있다”며 “3차례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이때 1회뿐”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이유로 다쳤을 수 있지 않느냐’는 검찰 측 추가 질의에 대해 최씨 모친은 “다쳤으면 엄마한테 말을 했을 것 같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방청석에 앉은 유족 등은 선처를 부탁하는 최씨 모친 증언이 길어지자 재판부에 “너무 고통스러우니 증언 시간을 제한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최씨는 이날 공판 종료 전 모친의 출석에 대한 심경을 묻는 재판부 질문에 “굳이 안 나오셔도 됐을 것 같은데”라며 “어머니는 이런 상황을 잘 모르신다”고 답했다. 재판부가 “어머니가 용기를 내 나왔는데 감사한 마음은 있느냐”고 묻자 “잘 모르겠다” “할 말이 없다” 등 성의 없이 답했다.

최씨는 지난 8월17일 신림동 한 공원 등산로에서 주먹에 너클을 착용한 상태에서 30대 여성의 뒤통수 등을 수차례 때려 쓰러뜨린 뒤,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성폭행은 미수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내달 11일 피고인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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