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정치권과 경제학계 일각에서 물가안정목표를 현재의 '2%'에서 '3%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대 물가 목표가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2%대 달성이 쉽지 않은 현 경제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문제제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물가 목표 2%' 달성을 위해 과도한 긴축을 해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단 우려의 시각도 깔려 있다.
다만 물가 목표가 3% 이상으로 높아지긴 힘들 것이란 게 중론이다. 연준을 비롯해 주요국 중앙은행 모두 물가 목표를 높이는 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연준을 비롯해 한국은행,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 일본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물가안정목표치는 2%다. 각국의 물가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2%보다 높으면 통화긴축을 통해 물가를 끌어내리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은에 따르면 물가안정목표제가 시작된 건 1990년부터다. 당시 뉴질랜드 중앙은행이 세계최초로 물가 목표제를 도입했고 이어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이를 받아들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도입됐다.
그러나 경제학계 일각에선 물가 목표 2%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물가 목표치가 2%일 때 물가 안정이 극대화된다는 중앙은행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구체적 연구나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전 IMF(국제통화기금) 수석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올리비에 블랑샤르 MIT 교수는 물가안정을 위한 연준의 적정 물가목표를 2%에서 3%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그룹 수석 경제고문도 같은 입장이다.
이들은 2% 목표도달이 쉽지 않은 현 물가여건을 고려하고 통화정책 운용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선 물가목표를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가 하방경직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2% 물가에만 통화정책 초점을 맞추면 과도한 긴축에 따라 경기 충격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단기간 내 물가 목표 상향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중앙은행이 물가목표를 높이는 것 자체가 '앞으로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낳을 수 있고 이 기대가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번 설정된 목표를 수정하면 중앙은행 신뢰도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또 특정 국가가 독자적으로 물가목표를 올리기도 쉽지 않다. 해당국 통화가치가 절화돼 교역 상대국이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 평가절하에 나서는 등 환율전쟁을 촉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주요국 중앙은행은 물가목표 수정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실제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8월 잭슨홀미팅에서 물가목표 수정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게임을 하고 있고 거기에는 규칙이 있다"며 "게임 중간에 규칙을 바꾸는 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물가목표가 2%라는 점은 변함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우리나라는 미국만큼 물가 목표 상향 주장이 활발하지 않을뿐 더러 한은 내에서도 물가 목표 수정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올해 초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목표 수준을 현재 2%에서 올릴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가장 나쁜 방법 같다"며 "(공이) 잘못 간다고 골대를 옮기자는 얘기"라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앞서 발표한 경제동향에서 "올해 안에 즉각적인 물가목표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물가목표치 조정에 있어서 경제구조 및 인플레이션 동학 변화 가능성 등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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