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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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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정부, ‘지능형 CCTV 전면도입’ 선언해놓고…“예산은 지자체가 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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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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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후속 대책으로 2027년까지 모든 공공 폐쇄회로(CC)TV를 지능형으로 바꾸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내년도 예산에 반영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CCTV 예산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한다”며 정부 부담을 거부하는 행태까지 나타나고 있다.

1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은 1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예산심사소위에서 산림청에 서울 관내 등산로 안전을 위한 지능형 CCTV 설치를 위한 국비 15억 원을 반영하자는 취지의 질의를 했다. 하지만 산림청은 “숲길 조성 및 관리는 2019년 지방 이양된 사업으로 국비를 반영하기가 어렵다”며 수용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냈다. 정부가 지능형 CCTV 전면 도입을 선언했지만 예산 반영 과정에서는 ‘지자체 사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국토교통부도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국가 공간정보 공공활용 체계 구축 및 운영 사업’의 일환으로 서울시 공원 내 CCTV 8880대를 개선하는 예산 60억 원을 반영해달라고 국토부에 요청했지만 국토부가 난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관계자는 “국토부는 행안부가 총괄하는 사업이라고 해명하고, 행안부는 지자체 사무라고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애초 내년도 예산안에 지능형 CCTV 관련 예산 32억5100만 원을 반영했다. 하지만 이 예산은 CCTV 확대와 직접 관련이 없는 관제시스템 개발 연구개발(R&D) 예산에 가깝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국 CCTV 54만 대 중 서울시와 25개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대수가 16만 대가 넘는다”며 “자치구별 재정 상황에 따른 치안 편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국비 지원이 절실하지만 요청액의 절반 수준인 85억 원가량만 반영돼 예결위에 넘어간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관제 시스템이 개발되면 2026년부터 지자체에 지능형CCTV가 본격적으로 보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부 부처 입장〉
부처
예산안 반영
입장
산림청
수용 곤란
“등산로 범죄 예방 CCTV 설치는 2019년도에 숲길 조성 관리가 지자체로 이양되며 보조금법에 따라 국비 지원 불가한 사업”
국토부
수용 곤란
“공원 등 지자체 CCTV 설치는 행안부 소관 사업으로 행안부에서 총괄하는 것이 맞음”
행안부
일부 수용
“지능형 CCTV 관제 시스템 개발 비용 외 이상동기 범죄 등 치안 고려해 지자체의 CCTV 설치 및 확충 필요성 인정해 일부 반영”

지능형CCTV 확대에 국비를 반영하기 위한 일부 국회의원들의 노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최종 내년도 예산안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기획재정부가 지방자치 사무에 국비가 투입되는 것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CCTV 설치는 원칙적으로 지방자치 사무가 맞기 때문에 국비를 투입할 수 없다”면서도 “지자체별 예산 등 상황에 따라 안전 관련 사업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기재부는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소극적 태도에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들은 지능형 CCTV 도입에 애를 먹고 있다. 전남 장성군 관계자는 “설치 연한이 오래된 CCTV는 아직 통합관제센터가 아니라 마을에서 이장들이 관리하는 있는 게 현실”이라며 “특별교부세도 삭감된 상황에서 국비 확보 없이는 진전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중앙에서 지자체에 내리는 특별교부세가 거의 사라진 상황에서 국비 지원이 없으면 CCTV를 늘릴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치안은 정부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는 사안”이라며 “특정 사건이 발생했을 때만 일시적 피상적으로 정부가 관심을 갖고 정작 예산편성에는 소극적이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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