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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윤정 디렉셔널 대표 “앱으로 손쉽게 대차거래… 기울어진 공매도 시장 극복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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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부터 기관까지 모두 하나의 공간에서 공매도(空賣渡·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남의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되갚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 거래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조선비즈

이윤정 디렉셔널 대표. /디렉셔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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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디렉셔널 대표는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디렉셔널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자신들이 개발 중인 개인 공매도 거래 플랫폼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2004년부터 미래에셋대우(현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등의 홍콩법인에서 15년간 한국 주식 세일즈를 담당하다가 2018년 핀테크 기업 디렉셔널을 창업했다. 현재 디렉셔널은 공매도 거래와 관련해 기관 대 기관 대차 지원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 대표는 “많은 개인이 주식 투자를 할 때 시장 리스크를 헤지(hedge·위험 회피)하지 않는다”며 “공매도는 아주 좋은 헤지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롱숏 전략(매수와 매도 포지션을 동시에 취하는 기법)을 쓰는 기관 투자자와 비교하면 개인의 투자 방법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개인도 다양한 매매 전략 중 하나로 공매도를 활용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고 했다.

제도가 지닌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개인 투자자에게 공매도의 이미지가 나쁜 이유는 뭘까. 공매도와 관련한 정보 자체가 부족하고, 주식을 빌리고 갚는 과정부터 수수료율에 이르기까지 개인에게 불리한 환경이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주식은 이미 한국거래소를 중심으로 효율적으로 거래되지만, 대차거래는 장외에서 깜깜이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어 개인이 접근하기 힘들다”며 “공매도 거래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개인의 공매도 거래를 활성화하고 싶어 회사를 창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달 16일 국민의힘과 정부는 개인과 기관·외국인의 공매도 거래 조건을 동일하게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개인 공매도 투자자의 담보 비율을 기존 120%에서 기관과 같은 105%로 인하하고, 공매도 거래를 위해 빌린 주식을 갚아야 하는 상환 기간도 개인과 기관 모두 90일로 동일하게 적용할 방침이다.

이 대표는 그러나 거래 조건이 같아진다고 해서 개인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인 공매도 환경이 바뀌긴 쉽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국내 주식 시장은 개인 투자자의 직접 투자 비중이 지난해 기준 64% 정도로 미국·일본 등 다른 선진국보다 높은 편이지만, 공매도 시장 참여율은 2%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전체 대차 시장이 주식 시장의 5%도 채 되지 않는데, 이는 미국·일본 등이 40% 수준인 것과 비교할 때 현저히 낮은 비중”이라며 “공매도 기준이 모두에게 같아지더라도 기관 중심의 작은 공매도 시장에서 개인이 나서기엔 여전히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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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렉셔널의 개인 공매도 거래 플랫폼 앱 화면. /디렉셔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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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개인의 공매도 투자를 활성화하려면 증권사의 대차거래 기록 시스템이 개발돼야 한다고 했다. 현재 개인이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리면 증권사 계좌 시스템은 이를 증여나 매수로 판단한다. 공매도 거래를 위한 주식을 따로 분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향후 담보 비율, 상환 기간, 수수료율 등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게 이 대표 설명이다. 그는 “증권사의 공매도 시스템 구축으로 거래가 투명해져야 개인에게 불리한 수수료율도 더 쉽게 비교하고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9년 금융당국의 혁신 서비스로 지정받은 디렉셔널은 신한투자증권과 제휴를 맺고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앱으로 개인 공매도 거래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공매도 거래가 2021년 5월 이후에서야 부분적으로 재개됐고, 디렉셔널은 사업을 일찍 접을 수밖에 없었다. 올해 4월에는 혁신 서비스 유효 기간도 종료됐다.

힘든 시기를 견딘 디렉셔널은 내년 하반기 공매도 거래 재개 시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현재 새로운 개인 공매도 거래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가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앱 중심의 플랫폼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 대표는 “첫 개인 공매도 서비스는 온라인 위주였고, 당시에는 증권사 협력 관계와 규제 제한을 해결하는 것이 먼저였다”며 “지금은 공매도 거래 플랫폼을 준비하면서 사용자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에게 도움을 주는 플랫폼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디렉셔널은 현재 금융위원회의 투자 중개업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공매도 주식을 상환할 때 증권사 MTS로 넘어갈 필요 없이 자체 앱 내에서 거래가 가능하도록 금융위와 논의 중이다. 이 대표는 “다양한 투자 기회를 줄 수 있는 공매도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고, 개인이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중간 다리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강정아 기자(jenn1871@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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