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IMF의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1.4%에서 내년에 2.2%로 높아졌다가 이후 2.1~2.3% 범위에서 머무를 것이라고 봤다. 구체적인 전망치는 2025년 2.3%, 2026·2027년 2.2%, 2028년 2.1%다. 올해보단 높다지만, 2%대 초반을 벗어나지 못하는 건 저성장이 사실상 굳어졌다는 의미다.
국가 경제의 기초체력을 의미하는 잠재성장률 전망도 비슷하다. IMF는 올해와 내년 한국 잠재성장률을 각각 2.1%와 2.2%로 전망했다. 2025년부터 2028년까지도 2.1~2.2%에 그칠 것이라고 봤다. 잠재성장률은 노동·자본 등 생산요소를 모두 동원해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이다.
IMF는 지난해 똑같은 연례협의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2025년부터 2027년까지 2.3~2.4% 수준으로 예상했는데 1년 만에 낮춰 잡았다. 이마저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비교하면 긍정적인 수준이다. 앞서 OECD는 한국 잠재성장률이 내년에 1.7%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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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피크코리아 경고 “성장률, 5년 동안 2% 초반될 수도”
재정 전망도 어둡다. 특히 국민연금 고갈로 인한 대규모 재정 부담이 올 수 있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IMF는 향후 연금 개혁이 없는 한 2075년이면 정부부채 규모가 GDP의 2배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가 국민연금 적자를 메운다고 가정했을 때의 결과다.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 국민연금은 2041년 적자로 전환하고, 2055년에 기금이 소진된다.
IMF는 공무원연금 등 다른 직역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연금 제도를 따로 운영하면서 형평성 문제를 초래하고, 행정적으로도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을 하면서다. 또 GDP 대비 정부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는 만큼 내는 돈인 연금 기여율을 높이고, 퇴직 연령을 연장하는 방법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신재민 기자 |
성장률은 이미 정체 단계에 들어섰고, 재정 건전성도 중장기적으론 보장되지 않는다는 우려가 터져 나오면서 ‘피크 코리아’ 전망이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0년대에도 한국의 연평균 성장률은 7.32%에 달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4%대, 2010년대엔 3%대로 떨어졌다. 2019년부터 따지면 코로나19로 역성장한 전년도 기저효과로 2021년 4.3% 성장률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성장률이 3%를 넘긴 적이 한 차례도 없다. 올해는 물론 향후 전망치를 따져 봐도 이제 3%는 기대하기 어려운 숫자가 됐다. 일본 경제지 ‘머니1’은 최근 ‘한국은 끝났다’는 도발적인 제목의 기사에서 ‘피크 코리아’를 거론하기도 했다.
한국 성장률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은행] |
피크 코리아의 배경으로는 저출산과 고령화가 지목된다. 한국은 2050년이면 노년부양비 80명으로, 일본을 넘어선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인구) 100명당 80명의 고령층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미다. 경제주체인 생산가능인구는 줄고, 반대로 이들이 부양해야 할 인구는 늘면서 경제는 활력을 잃는다.
전문가들은 연금·노동 개혁 없이는 ‘피크 코리아’라는 암울한 전망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2025년이면 한국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노동력 저하로 인한 생산력 감소뿐 아니라 소비 위축으로 인한 내수 둔화까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헤럴드 핑거 IMF 미션 단장은 “장기적인 성장을 촉진하고 고령화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구조 개혁이 중요하다”며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고 장기적인 재정 지속 가능성을 위한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률이 계속 하락하고 인구 문제로 잠재성장률도 꺾인다는 건 통계로도 드러나는 사실”이라며 “1인당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고등교육 투자를 늘리고, 기업이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생산성을 확보하기 하기 위해선 노동 유연화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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