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범석 세무회계 필승 대표세무사
종합부동산세로 국가 전체가 떠들썩 했던 시기에 급격히 증가한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해야 하는 납세자들 사이에서 한 명의 전문가 A씨가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A씨는 신탁제도를 활용하여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를 절세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상품화하여 다수의 납세자들에게 홍보 및 판매했다.
신탁이란 위탁자가 특정한 재산권을 수탁자에게 이전하고 수탁자가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권을 관리 및 처분하게 하는 법률관계를 말한다. 이때 부동산을 신탁회사에 신탁하는 경우 해당 부동산의 원소유주를 위탁자라 하고 신탁회사를 수탁자라고 한다. 그렇다면 A씨는 어떠한 방법으로 종합부동산세를 절감할 수 있다고 했을까?
우선 관계 법령부터 살펴보자. 종합부동산세법 제7조 제2항 및 지방세법 제107조 제2항 제5호에 따를 경우 「신탁법」 제2조에 따른 수탁자의 명의로 등기 또는 등록된 신탁재산으로서 주택의 경우에는 위탁자(원 소유자, 신탁한 자)가 종합부동산세 및 재산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 이 경우 위탁자가 신탁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본다.
그리고 신탁법 제10조 제1항에 따를 경우 위탁자의 지위는 신탁행위로 정한 방법에 따라 제3자에게 이전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주택을 신탁함에 따라 위탁자가 된 자가 그 위탁자의 지위를 제3자에게 이전하는 경우 최종 위탁자가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보아 주택에 대한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를 부담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법리를 통하여 전문가는 어떠한 상품을 만든 것일까?
방법은 간단하다. 다주택자 B가 보유한 주택(1)을 B에게 신탁한다. 그렇다면 이 관계에서 A는 위탁자 B는 수탁자가 된다. 그리고 A의 주택(1)에 대한 위탁자의 지위를 무주택자인 C에게 이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1)주택 위탁자는 최종적으로 무주택자인 C가 된다.
그리고 무주택자 C는 위탁자 지위를 이전 받았으므로 재산세를 부과하는 지자체의 담당자에게 주택(1)에 대한 재산세를 본인에게 고지해 달라고 요청한다.
관련 지자체는 C를 1주택자로 보아 주택에 대한 재산세 고지서를 송부하고 국세청은 재산세 과세내역을 근거로 C를 1주택자로 보아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송부하게 된다.
이러한 방법을 몇 번 더 거치는 경우 다주택자 A는 종합부동산세 다주택자 중과세에서 빠져 나갈 수 있게 된다. 신탁의 효력이 제대로 발동되고 그 지위의 이전이 적법하게 이루어진다면 법리상 크게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 A씨는 한 가지 큰 사실을 간과했다. 그것은 바로 세법에는 실질과세의 원칙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지방세기본법 제17조와 국세기본법 제14조는 실질과세 원칙에 대해 규정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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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법원은 납세의무자가 선택한 거래의 법적 형식이나 과정이 처음부터 조세회피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경우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과세가 가능하다고 판시한 바(대법원2015두46963 2017.2.15. 참조) 있다.
서초구청은 다주택자 A씨의 신탁 행위는 종합부동산세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였으며, 이에 대해 주택(1)의 실제 소유를 A씨로 보아 재산세를 과세하였다. 그리고 위탁자의 지위를 이전한 A씨의 주택(1)이 A씨의 주택 수에 포함됨에 따라 A씨는 다주택자로서 종합부동산세가 고지되었고, A씨는 이에 불복하여 현재 소송진행 중이다.
그리고 본 건과 관련하여 작년 이맘 때 쯤 고등법원 판례가 생성되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서울고등법원은 해당 사건에 대해 국가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 주된 이유는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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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은 명의와 실질의 괴리가 존재하고 그 괴리가 조세회피목적에서 비롯된 경우로 보아 실질에 따라 납세의무자를 판단함이 옳다는 근거를 들며 국승을 선언하였다.
현재 해당 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대법원의 판결이 있기 전까지는 그 결과를 예단할 수 없을 것이다. 대법원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 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다. 다만, 한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대법원에서 해당 건에 대한 판결 시 심리불속행 판결만은 피했으면 한다.
추가적으로 지자체는 위의 건과 별개로 주택(1)에 대한 위탁자 지위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위탁자의 지위가 취득세 과세대상이라고 보아 그 과세표준을 주택(1)의 시가표준액으로 하여 취득세를 부과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납세자는 조세심판원에 불복하였고 심판원은 다음과 같은 결정문을 생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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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심판원은 지자체의 손을 들어주었다. 위탁자의 지위 이전 과정에서 추가적인 세금의 부담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1차에 이은 2차 과세로 인해 종합부동산세 컨설팅을 받은 납세자들은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을 떠안게 되었다.
일부 종합부동산세 납세자들은 기존에 비해 몇 배나 증가한 세부담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으며 그 대안으로 절세 컨설팅을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가 이렇게 나올 것이라고는 대부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탁이라는 행위에 조세회피 목적이 없었다고 볼 수 없고, 몰랐다는 사유는 세법 위반 여부 판단 시 고려사항이 아니기에 이러한 부분이 얼마나 판사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치밀한 연구 없이 급속도로 진행된 종합부동산세의 개정이 다수의 납세자에게 조세회피의 유혹을 느끼게 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법을 개정함에 있어 충분한 연구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함을 뼈져리게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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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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