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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우리들의 문화재 이야기

[K-브랜드 알리는 동포 차세대] ③ 약탈 문화재 찾는 남지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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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한인 2세…"문화재 반환은 화해·협력·정의 구현"

문화유산회복재단 연구원으로 맹활약…"문화재에 출처 표기해야"

연합뉴스

남지은 문화유산회복재단 연구원
[촬영 강성철]


(서울=연합뉴스) 강성철·윤승진 코리아넷 기자 = "문화재는 단순히 과거의 유산이 아닙니다. 이를 통해 인류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기에 약탈당한 것이라면 원래의 소유국으로 돌려주는 게 순리입니다."

남지은(29) 문화유산회복재단 연구원은 17일 인터뷰에서 "약탈 문화재 반환은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의 당사국 간 화해와 협력의 상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남종석 폴란드 한인회총연합회 회장의 자녀로 한인 2세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성장한 남 씨는 뿌리 의식과 정체성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부친 덕분에 모국의 언어와 역사를 꾸준히 공부하며 성장했다. 그렇기에 자연스레 한국문화 유산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재외동포재단의 모국 초청 장학생으로 선발돼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뒤 연세대 대학원에서 국제협력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2020년부터 아버지가 속한 문화유산회복재단의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해외에 소재한 우암 송시열 목판, 이학종요 목판, 문신 경휘 묘지석 등 우리 문화재의 환수에 참여했다.

남 연구원은 지난해 문화재를 침탈한 국가와 빼앗겼던 국가 사이에 아픈 과거를 잊고 평등적 미래 관계를 구축하자는 내용을 담은 '문화재 반환 상징적 외교'를 영문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또 지난 5월에는 '폴란드·헝가리·체코 등 동유럽 3개국 소재 한국 문화유산 조사'에 앞장섰다.

연합뉴스와 코리아넷이 남지은 연구원을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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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은 연구원(좌측 두 번째)이 지난 5월 10일 폴란드 크라쿠프 국립박물관에서 관계자들과 한국 문화유산을 확인하고 있다. [남지은 제공]


- 해외에 살면서 한인 정체성을 잃지 않은 비결이 뭔가.

▲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해외에 살아도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고 늘 강조했다. 젓가락질도 가르쳐 주시고, 김치도 먹게 했다. 현지 국제학교에서 출신 국가를 학우들에게 알리는 '유엔 데이' 행사가 있어서 발표 준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모국을 공부하게 됐다. 한국 사극 드라마를 통해서도 많이 배웠다. '해신'이랑 '대조영'이라는 드라마를 자주 봤는데, 이를 통해 역사에 대한 관심을 키울 수 있었다.

- 폴란드 국민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어떤지 궁금하다.

▲ 폴란드에서 성장했던 90년대에 이미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았다. 구소련 체제에서 독립한 직후라 경제적으로 어려웠는데 한국 기업의 활발한 투자가 숨통을 트게 했다. 그 외에 2002년 월드컵과 K-팝 열풍도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형성에 이바지했다. 무엇보다 코로나 사태 때 한국 국민의 모범적인 대처와 방역 활동에 많은 폴란드 국민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덕분에 한인에 대한 위상도 한층 더 올라갔다.

- 한국과 폴란드의 문화재에 대한 인식에 차이가 있는지.

▲ 한국은 아직 문화재 보존 및 발전을 산업의 한 분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문화재를 소중한 유산 그 자체로 받아들여 보존에 힘쓰는 폴란드와 달리 한국은 관광이나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데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거 같다. 물론 최근에는 문화적으로도 강국이 되면서 문화재 자체가 가지는 영향력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일제 강점기 소실됐던 경복궁 월대 복원 등에 나서는 것처럼 문화재 복구와 보존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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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환수한 송시열의 목판
문화유산회복재단이 지난 9월 미국에서 환수한 조선 우암 송시열의 '송자대전' 목판. [남지은 제공]


- 해외 약탈 문화재의 반환이 갖는 의미는.

▲ 문화재 반환의 의미를 네 단어로 정리하면 '화해·협력·분쟁·정의'다. 어느 두 국가가 반환 협의를 통해 화해와 협력을 하기도 하고, 과정에서 분쟁에 휘말리기도 한다. 또 약탈당한 문화재를 되찾음으로써 정의가 구현되기도 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의 접점인 문화재 반환은 코로나 시대와 같은 문명의 전환기에 인류 분쟁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 '동유럽 3개국 한국 문화유산 조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 연구·조사를 진행한 현지 박물관이 대부분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주었다.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아시아 유물의 출처를 알아내기 힘든 상황에서 재단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유럽 박물관에는 중국 또는 일본 출신 큐레이터는 많은데 한국 출신은 잘 없기 때문이다. 직접 조사를 해보니 다는 아시아 국가 문화재를 한국 문화재로 분류해 놓은 사례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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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서 개최한 환수 문화유산 공개 전시회
남지은 연구원(가운데)이 지난 9월 5일 LA 한인타운 리수갤러리에서 진행된 '환수 문화유산 공개 전시회'에서 문화재를 감정하고 있다. [남지은 제공]


- 우리나라가 문화재 반환과 관련하여 국제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 한국은 세계사적으로 가장 빠른 시간에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올라섰다. K-팝 등 다양한 K-콘텐츠를 갖춘 소프트 파워 덕분에 문화적으로도 강국이다. 이를 이용해 한국이 문화 강국으로서 문화재 반환에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다. 다른 국가를 도와줄 수 있는 위치에 있고, 약탈당해 설움을 겪은 역사도 있기에 이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다.

- 반대로 우리나라가 아직 반환하지 않은 타국의 문화재는 없나.

▲ 지금까지 확인된 사례는 많지 않다. 출처 표기 문제가 있어서 실상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대부분의 국내 박물관이 유물의 출처 표기를 제대로 하지 않아 문화재의 근원지 파악 자체가 어렵다. 심지어 해외에서 반환받아 온 것도 출처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문화재 출처 표기를 더 명확하게 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만큼 우리도 빨리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한국은 외국과 달리 수도에 위치한 중앙박물관이 대부분 지역의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다. 그런데 많은 문화재의 출처 표기를 제대로 안 하고 있다. 출처를 밝히고 또 원래 소재지로 반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해외문화홍보원 코리아넷 제작 지원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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