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총선 이모저모

2개월 전 "희망고문", "양두구육법"이라던 여야, 총선 앞 선심성 개발 법안 경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여야, 1기 신도시 특별법 연내 처리 약속
2개월 전 국회서 "실현 가능성 없다" 비판
총선 앞두고 수도권 겨냥 개발 공약 남발
한국일보

국회 운영위원장인 윤재옥(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야가 1기 신도시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담은 '노후계획도시특별법' 연내 통과를 한목소리로 내고 있다. 그러나 2개월 전만 해도 국회 논의 과정에서는 해당 법안을 두고 '프로파간다' '양두구육(羊頭狗肉)법' 등의 날 선 비판이 오갔다. 법안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문제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당장 5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 표심을 위해 '일단 통과'만을 외치는 형국이다. '메가시티' 공약에 이어 수도권 표심을 겨냥한 정치권의 선심성 개발 공약이 남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여야 "1기 신도시 특별법 처리" 한목소리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와 여당은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이번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야당에서 이제라도 전향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다행"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14일 "특별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회에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고,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노후계획도시특별법을 연내 통과시킬 수 있도록 민주당이 앞장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쟁을 일삼던 여야정이 모처럼 의견 일치를 본 것이다.

'1기 신도시법'으로 불리는 노후계획도시특별법은 20년 이상 된 대단지 노후 아파트를 재건축해 새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야가 발의한 총 13개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용적률 기준 상향, 안전진단 특례 등이 담겼다. 특별법 적용 대상은 분당, 일산, 평촌 등 수도권 1기 신도시를 포함한 전국 대규모 아파트 단지 51곳이다.

2개월 전엔 "정치적 선언" "특별법 필요 있나"


불과 2개월 전 소관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원회 논의에선 여야 불문하고 회의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국토교통부 2차관 출신인 맹성규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13일 국토교통위 소위원회에서 "과도한 선전과 희망고문이 될 개연성이 굉장히 높다"며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다. 그냥 프로파간다, 정치적으로 그냥 선언하는 의미 외에 없다"고 비판했다. 맹 의원은 △전국적으로 이 법을 적용했을 때 비용이 추산되지 않은 점 △정부가 적용 지역의 상가 규모를 파악하지 못한 점 등을 지적하며 "정권 임기 내에 착공이 아니라 (가장 가능성이 높은) 분당 자체도 계획을 확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토해양부(현 국토부) 2차관 출신인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도 해당 법안을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은 "모든 도시는 도시정비법으로 충분히 개발 가능하기 때문에 특별법을 만드는 것에 조금 의문이 있다"며 "용적률을 전가의 보도처럼 이랬다 저랬다 멋대로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은 권한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이주대책 미비 △교통시설 부담 비용 추산 불가 등 현실적인 문제도 지적했다.
한국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당선인 신분으로 경기 안양시 동안구 초원7단지 부영아파트를 찾아 1기 신도시 노후아파트 현안 점검을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토균형발전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의원은 "노후계획도시법이 아니고 1기 신도시 재개발법"이라며 "양두구육법"이라고 했다. '노후계획도시'라는 이름을 달고 전국을 적용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사실상 1기 신도시를 위한 특별법이란 것이다. 장철민 민주당 의원도 "이렇게 특혜를 주면서도 부담금까지 재산상의 이익까지 주는 것은 현저하게 균형이 무너져 있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국토위 여당 간사로서 특별법 처리를 주장하고 있는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9월 회의에선 "주민의 삶의 질 개선에 방점에 찍히기보다는 엄청난 재산 증식을 가져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수도권 이외 지역 주민과 의원들이) 이 법에 대해 민감하고 예민하다"고 인정했다. 당시 회의에서 법안을 적극 옹호한 의원은 경기 성남 분당을이 지역구인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유일했다. 김 의원은 "장점 부분을 극대화시키고 단점을 극소화시키는 논의를 해나간다면 백년을 내다보는 스마트시티 베이스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구체적 계획 대신 "주민들 입장도 있으니..."


정부도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못했다. 김오진 국토부 1차관은 당시 회의에서 법안의 실현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기다리는 주민들의 입장도 있고 하니, (희망고문에서) '고문' 두 자는 하루속히 빼주는 게 맞다고 보인다"고 답했다. 최임락 국토부 국토도시실장은 그나마 실현 가능성이 높은 분당에 대해 "한 15년에 걸쳐서 한다"고 답했다. 국회 논의에서 제기된 우려들이 해소되지 않는 한, 연내 법 통과가 이뤄지더라도 재건축이 언제 이뤄질지는 알 수 없는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선심성 개발 공약'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다. 여권은 앞서 내놓은 '메가시티' 공약에 대해 "총선용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지난 12, 13일 실시된 에이스리서치·국민리서치그룹·뉴시스 여론조사에서 '메가시티 서울' 전략에 대해 응답자의 63%가 "가능성이 없다"고 답했다.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은 28%에 불과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