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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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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대리는 내부정보로 9억 벌었다…文정부 '태양광 복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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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명의로 태양광 사업을 하면서 내부 정보를 이용해 유리한 부지를 선점하는가 하면, 태양광 기업의 편의를 봐준 뒤 해당 업체 대표 이사로 재취업하고, 브로커를 동원해 허위로 농업인 자격을 취득한 이가 수백 명이며….

감사원이 14일 발표한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때 의욕적으로 추진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한 마디로 복마전(伏魔殿)이었다. 한전 대리급 사원부터 산업부 간부급 공무원까지 곳곳에서 한탕을 노리며 불법과 탈법을 저질렀다는 것이 감사원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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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형 태양광.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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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에 따르면 한국전력의 한 대리급 직원은 아내와 모친, 장모 등의 명의를 빌려 태양광 발전소 6곳을 운영했다. 업무 연관성이 있는 공공기관 종사자가 태양광 사업을 운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불법인데, 이 직원은 내부 정보를 이용해 사업에 유리한 부지를 선점했다. 그래서 올린 불법 매출액은 8억8000만원 규모. 이런 식으로 한전 임직원의 배우자와 자녀 등이 아무런 신고 없이 태양광 사업을 운영한 경우가 182명이었는데, 그중 47명은 본인이 사업을 직접 운영했다. 한전은 2017년부터 본인은 물론 가족 명의를 차용한 태양광 사업도 금지했지만, 이에 아랑곳없이 태양광 사업이 말 그대로 부업이었던 셈이다. 에너지공단의 전 부이사장도 배우자와 자녀 명의로 태양광 발전소 3곳을 운영해 3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렸다.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은 태양광 업체의 편의를 봐준 뒤 해당 업체의 대표이사가 되는 ‘기술’도 선보였다. 민간 최대 태양광 발전 사업인 ‘아마데우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업체 A는 충남 태안군에 태양광 발전소를 지으려 했다. 그러나 태안군이 사업용지 용도 변경 인허가를 안 내주자, 평소 친분이 있던 산업부 공무원 B씨와 접촉했다. B씨의 고시 동기인 산업부 담당 과장은 2019년 1월 국장 보고도 생략한 채 초지 용도 변경을 위한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 과장은 유권해석을 내릴 권한 자체가 없었지만, 산업부 과장이란 자리를 활용해 임의로 공문서를 만든 것이다. 이러는 사이 B씨는 산업부를 퇴직한 뒤 해당 업체의 대표이사로 재취업했다.

2018년 7월부터 5년간 산업부가 시행한 한국형 FIT(Feed in Tariffㆍ발전차액지원제도)에서도 탈법이 적발됐다. 농업인 등 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자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보장하고자 한국수력원자력 등 발전공기업이 재원을 지원하는 이 사업에 참여한 농업인 2만3994명 중 44%는 제도가 도입된 후 농업인 자격을 얻었다. 애초 농업에 종사하던 이들이 아니라, 이 제도의 혜택을 보려 농업인 자격을 급하게 취득했다는 의미다. 이들 중 851명은 브로커를 통해 위조한 등록서류를 제출하거나, 농업인 자격을 잃은 뒤에도 FIT에 그대로 참여했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산물품질관리원 소속 업무 담당자가 가짜로 영농확인서를 꾸민 뒤 셀프 접수하고 FIT 계약을 체결한 사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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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최재혁 산업금융 감사국장이 14알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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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태양광 백태가 벌어진 큰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있었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7월에 ‘2030년까지 신재생 발전 비중 20%’를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그해 12월 신재생 에너지 목표를 기존 11.7%에서 20%로 올리면서 “매우 의욕적인 목표이고, 필수 인프라 확보 없이 사업 목표를 대폭 확대하면 전력 공급 차질로 국가 안위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한 발 더 나가 문재인 전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온실가스 40% 줄이겠다고 연설한 뒤 2021년 "NDC를 연내 상향하라"고 지시하자 산업부는 “이행 방안은 나중에 찾자”는 식으로 신재생 비율을 30% 늘리겠다고 보고했다. 그해 9월 2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2030년 NDC 40%(신재생 30%)로 확정됐다. 이후 문 전 대통령은 그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에서 “한국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이상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당시 담당자들은 “신재생 30%가 숙제로 할당된 상황이라 실현 가능성을 고려할 수 없었다”, “정무적으로 접근했다”고 진술했다. 산업부는 정권이 바뀌고 난 뒤인 지난해 11월 “2030년 신재생 30% 목표는 탑다운으로 설정된 과다한 수치였다”고 밝힌 뒤, 올 1월 21.6%로 하향 조정했다.

신재생 확대로 한전의 전기구매 비용이 늘어난다는 연구 보고서 내용도 대부분이 삭제돼 2019년 8월 국회에 제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한전이 외부 기관에 의뢰해 작성한 해당 보고서엔 '신재생 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구입비 증가''전기요금 인상 필요성'등이 포함됐으나, 산자부의 요청으로 한전은 해당 내용을 임의로 삭제하고 국회에 제출했다. 삭제된 분량만 보고서의 절반 이상(67%)에 달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전기료 인상 논란에 시달려 앞만 보는 경주마처럼 시야가 좁아졌다"고 감사원에 진술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다른 전기요금 인상 요인과 관련해 산업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여도 2018년부터 2030년까지 12년 동안 전기요금이 10.9% 오를 것”이라는 비현실적인 전망을 내놨는데, 이 과정에서 청와대의 압박이 있었던 사실도 드러났다.

산업부는 신재생에너지 단가가 높아 전기요금 상승이 수반될 수밖에 없고 2030년 전기요금 인상 전망이 20%를 넘는다는 보고를 했다가 문재인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말이 되나. 정무적인 감각도 없냐”는 질책을 들었다. 이 관계자는 감사원에 “가장 합리적인 데이터로 전망한 수치에 대해 지적받으니 곤란하다는 하소연을 상급자에게 했던 기억이 있다”고 진술했다.

감사원은 이같은 내용의 감사 보고서를 공개하며 부당 업무처리자 7명을 징계·문책 요구하고 공직자 240명에 대한 추가조사 후 징계 필요성을 소속 기관에 통보했다. 또한 범죄혐의가 발견된 49명은 검찰에 고발했다. 앞서 지난 6월 감사 중 수사의뢰한 38명 외의 추가 조치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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