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문제·관광지 이미지 타격 걱정돼"…알바니아 야권도 비판 가세
이탈리아 난민센터가 들어설 알바니아 솅진 항구 |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이탈리아가 자국에 들어오는 불법 이주민을 아드리아해 맞은편 알바니아로 보내기로 한 계획과 관련해 이탈리아 내에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알바니아에서도 현지 주민과 야당 등이 반발하고 있다.
알바니아 북부의 한적한 농촌 마을인 쟈데르의 주민 다수는 매월 최대 3천명의 난민이 거쳐 갈 이탈리아 난민센터를 이곳에에 짓는다는 소식에 경악하는 분위기라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43세의 한 주민은 "영국이 호주에 죄수들을 보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어떤 사람들은 정말 심하게 겁을 먹고 있다"며 "그 이주민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모르지 않느냐. 그중에 테러리스트들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알바니아에 난민센터 설치 합의 |
앞서 지난 6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로마에서 에디 라마 알바니아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3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난민센터 두 곳을 알바니아에 건설하고 내년 봄부터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알바니아 서북부 슈엔진 항구에는 이주민들이 망명 신청이 날 때까지 머물 수 있는 시설을 짓고, 해안에서 내륙 쪽으로 20㎞ 떨어진 쟈데르에는 송환 대상 이주민을 위한 시설을 지을 계획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중해를 통해 배를 타고 오는 이주민들을 해안경비대가 바다에서 구조하면 곧바로 슈엔진 항구로 데려가기로 했다. 슈엔진 난민센터에서 각자 28일 이내에 이탈리아 입국 허용 또는 본국 송환을 신속히 결정해 처리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쟈데르 난민센터에는 남성 이주민들만 온다는 소식에 현지 주민들의 거부감이 한층 더 커지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여성과 아동, 또 특별히 사회적으로 취약한 이주민들은 쟈데르 난민센터에 보내지 않을 방침이다.
30세의 쟈데르 주민은 "미혼 남성들만 여기에 온다면 문제가 될 것이다. 그들이 우리 집에 침입할 경우에 대비해 집을 경비하기 시작해야 할 것 같아 걱정된다"고 밝혔다.
인기 휴양지인 슈엔진의 주민들도 이민자들의 이미지가 지역 관광업을 해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29살의 미장공인 슈엔진 주민 아르만드는 "내 생각에 그것(난민 센터 설립)은 이 곳의 이미지를 해칠 수 있다"며 "미친 생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알바니아 야당 측도 반대 입장을 보인다.
중도우파 야당을 이끄는 살리 베리샤 전 알바니아 총리는 이탈리아 매체와 인터뷰에서 "난민 센터들은 그리스·이탈리아부터 스페인·북유럽까지 여러 나라에 많은 문제를 몰고 왔다"며 "이번 일로 통상 (외국인을) 매우 반기는 나라에서 외국인 혐오가 매우 커질 것으로 우려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알바니아에 불법 인신매매가 만연해 있다며, 여기 들어오는 이주민들이 인신매매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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