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재선출된 이용훈 마티아 주교
사회가 양극단으로 치달아… 좀 더 자극적인 사이비종교 늘어
신앙인이 사회적 역할 고민할때
故 김수환 추기경 시복 추진
이용훈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은 “신자들이 신앙을 갖지 않은 사람과 똑같이 산다면 신앙생활을 하는 의미가 없지 않느냐”며 “교회가 더 사회에 기여하는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수원=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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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는 데 더욱 일조하겠습니다.”
지난달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에 재선출된 이용훈 마티아 주교(수원교구장)의 말이다. 경기 수원교구청에서 7일 만난 그는 “신자들이 신앙을 갖지 않은 사람과 똑같이 산다면 신앙생활을 하는 의미가 퇴색되는 것”이라며 “교회 내의 신자로만 머물지 말고 사회에 기여하는 신앙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취임사에서 신앙인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셨습니다.
“지금 종교를 가리지 않고 신도 수 감소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사회·경제적으로 발전하다 보니 영성이나 신앙 쪽보다는 개인의 즐거움과 윤택함 등에 더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절대자에게 의지하는 경향도 줄어드는 것 같고요. 가톨릭도 감소까지는 아니지만 과거보다 신도 수 증가가 훨씬 둔화한 건 사실입니다. 그럴수록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모범이 되고 사회에 기여해야지요. 교회 나오라고 얘기하면서 정작 ‘교회 다녀도 별것 없구나’, ‘안 믿는 사람보다 훨씬 못하네’ 이런 소리를 들으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신앙을 가진 이유가 없겠지요.”
―기성 종교인은 줄어드는데 사이비종교가 늘어나는 건 왜일까요.
“저도 그런 얘기는 듣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양극단과 극렬로 치닫는 사회 현상과도 관계가 있지 않나 싶어요. 종교에서도 좀 더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것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그런 분들에게 ‘내가 하느님의 아들이다. 재림 예수다’ 하니 얼마나 놀랍고 충격적이고 신선하게 느껴지겠습니까. 사람은 누구나 어떤 갈증, 갈망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나를 믿으면 즉시 풀린다’, ‘내가 풀어준다’고 하니 빠지기 쉬운 것이겠지요.”
―최근 주교회의에서 고 김수환 추기경(1922∼2009) 시복을 추진하기로 했더군요. 추진이 좀 늦은 것 아니냐는 말도 있습니다만….
“하하하, 가톨릭 절차를 잘 몰라서 그런 건데…. 시복은 순교자나 성덕이 높은 사람을 사후에 복자(福者) 품위에 올리는 것입니다. 생전의 덕행과 성덕, 모범, 신앙심 이런 것도 당연히 전제되지만, 세월이 한참 지난 뒤에도 사람들이 얼마나 그분을 추모하고 공경하는지가 중요하지요. 아마 선종 6년 만에 시복된 마더 테레사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분들은 정말 놀랄 정도로 빨리 된 경우죠. 대부분은 수백 년 걸리는 게 보통입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은 굉장히 빨리 추진하는 경우지요.”
―올해 임기 중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 동양 성인으로는 처음으로 김대건 신부 성상이 설치되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성상 제막식이 있던 날(9월 16일·현지 시간) 오전에 바티칸 교황사도궁 클레멘스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했는데, 참석한 400여 명이 모두 한국인이었습니다. 한국인만을 위한 특별 알현 시간을 만든 건데 이런 경우는 굉장히 드물어요. 그리고 교황께서 400여 명 모두와 악수하며 김대건 신부처럼 모두가 다 신앙의 모범이 되길 바란다고 굉장히 길게 말씀하셨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은 사제 생활을 1년여밖에 안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가 공경하는, 굉장히 널리 알려지고 울림이 큰 분입니다. 인도네시아에는 김대건 신부를 수호성인으로 모시는 성당(자카르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당)이 있을 정도지요. 비단 한국 천주교만의 영광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기쁨이고 자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원=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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