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강원도 평창군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언론간담회가 열렸다. 실록과 의궤를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오는 12일 정식 개관한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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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실록 1권 중 조세 경감에 대한 조정의 논의 부분. 전시실에 펼쳐진 페이지에서 ‘亦(역)’이라는 글자에 빨간 줄을 긋고 ‘知(지)’라고 고친 게 눈에 띈다. 금속활자로 찍던 중 오탈자를 수정한 흔적이다. 조선왕조실록은 편찬 과정에서 세 번 교정을 거쳤는데, 최종 교정쇄본은 강원도 평창 오대산사고에 보관됐다. 옛 사관(史官)들의 손글씨와 흔적, 교정 과정까지 볼 수 있는 귀한 자료다. 태백산사고본(국가기록원 소장)이나 정족산사고본(서울대 규장각 소장)과 다른 오대산사고본의 특징이다. 무엇보다 일제에 의해 반출됐다 각고의 노력 끝에 돌아온 환수문화재로서 상징성이 크다.
오대산사고본 실록과 의궤를 보관·전시하는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이하 실록박물관)이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에서 문을 연다. 오는 12일 정식 개관을 앞두고 9일 둘러본 실록박물관은 총면적 3537㎡, 지상 2층 규모로 현재는 상설전시실만 완비됐다. 내년까지 수장고 등 설비를 보완해 실록(75책)과 의궤(82책) 등 관련 유물 1207여 점을 보존·전시하게 된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박수희 학예연구관은 “실록 원본을 상시로 직접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경운궁중건도감의궤 ‘중화전 도설’ 부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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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은 실록과 의궤에 관한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게 구성됐다. 오대산사고는 임진왜란 직후 실록을 안전하게 보관할 필요성 때문에 깊은 산속에 세워진 외사고 중 하나다. 1606년 설치될 당시부터 인근의 월정사가 관리에 참여했다. 한일강제병합 직후 사고는 철폐됐고, 소장품은 조선총독부가 인수했다. 이후 실록 전량과 의궤 일부가 1913년 연구 목적으로 일본으로 반출됐다가 1923년 관동대지진 때 상당수 소실됐다.
당시 외부로 대출됐던 일부만 살아남아 27책이 1932년 경성제국대학(서울대학교의 전신)에 소장되면서 국내로 돌아왔다. 이후 일본에 남은 책들의 존재가 알려져 각계의 노력 끝에 2006년 11월 47책이 서울대에 기증 형식으로 반환됐다. 2011년엔 의궤 82책도 반환됐다. 2017년 일본에서 실록 1책(효종실록)이 추가로 매입·환수됐고 이들 전체가 실록박물관에 속하게 됐다.
이번 개관까지 곡절도 많았지만 결국 월정사 측이 성보박물관 내 부지와 건물을 기부채납하고 정부가 국고를 들여 이를 리모델링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 이날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은 “문화분권의 시대라는 관점에 많은 분들이 동의한 덕에 110년 만에 귀향한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실록박물관 입장료는 무료, 매주 화요일에 휴관한다.
평창=강혜란 문화선임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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