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는 지난 3일 ‘준법과 신뢰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고 김소영 전 대법관을 초대 위원장으로 위촉했다. 이 기구는 앞으로 카카오 관계사들의 준법·윤리경영 이행 여부를 감시하게 된다.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배재현 카카오투자총괄 대표가 지난달 19일 구속되고,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지난달 21일 금융감독원에서 16시간 조사를 받는 등 ‘사정의 그림자’가 드리우자 카카오가 내놓은 대응 카드다.
경기 성남 카카오 판교아지트.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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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재계에 따르면, 현재 김 전 대법관을 중심으로 위원 구성과 운영세칙 마련 등 본격 활동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이를 두고 재계와 법조계에선 그동안 역할이 불명확한 생소한 기구라는 인식이 강했던 준법감시위가 재계에서 새로운 트랜드로 자리 잡게 되는 ‘신호’로 해석한다. 삼성은 내년 1월로 준법감시위 운영 4년차를 맞는다. 삼성에 이어 준법감시위 운영을 택한 카카오의 행보를 지켜보며 준법감시위를 출범하는 기업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영진이 사법리스크에 놓인 KT 내부에서도 "준법감시위 운영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혼란 속 시작… '감시자'로 연착륙
카카오가 준법감시위를 설치하는 데는 삼성의 영향이 컸다. 백주선 법무법인 융평 대표변호사는 "카카오가 삼성을 벤치마킹했다고 볼 수 있다. 위원장에 전직 대법관을 초빙하는 것을 삼성 준법감시위와 유사하게 운영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은 2020년 1월 김지형 전 대법관을 초대 준법감시위원장으로 낙점했다.
백 변호사는 이어 "시세조종 사실이 명확히 드러나진 않았지만, 배재현 총괄 대표가 구속되면서 어느 정도 혐의가 소명됐다는 판단하에 카카오가 위기를 돌파하고 회사 전체에 준법 의지를 보여주는 방법으로 준법감시위를 제시한 것으로 본다"라고 덧붙였다.
삼성과 카카오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준법감시위를 운영키로 한 공통점도 있다. 삼성은 이재용 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에서 "실효성 있는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하라"는 권고를 받고 준법감시위를 설립했다. 카카오 역시 김범수 센터장 등 경영진이 수사당국의 수사망에 오르자 급히 준법감시위 설립을 결정한 측면이 있다.
재계는 삼성의 준법감시위는 ‘내부 감시자’로 연착륙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 1기 운영 기간(2020년 1월~2022년 2월)에 삼성은 준법감시위 권고에 따라 무노조 경영 폐기, 4세 경영 승계 포기 등을 결정하면서 "혁신적인 변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내에선 준법감시위의 심사, 교육 등을 바탕으로 준법경영에 대한 임직원 의식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 이런 성과가 카카오가 준법감시위를 선택하게 된 이유의 하나로 재계는 본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강진형 기자aymsdre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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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은 '워싱'보단 '레드팀'"… 사무국 독립성 등 과제도
삼성이 첫발을 내디딘 지 3년을 넘긴 준법감시위가 재계에 보편화되려면 개선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우선 준법감시위를 운영하려 할 때 초기 목적을 잘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지 않으면 방향이 흔들릴 수 있어서다. 삼성 준법감시위 1기 위원으로 활동한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2022년 준법감시위 활동보고서’에 실린 인터뷰에서 "큰 조직이면 어떤 사안이 문제가 되기 전에 그것을 지적할 수 있는 ‘레드팀’이 있어야 한다"면서 "준법감시위의 목적이 단순한 ‘워싱’이 되어서는 예산만 쓰고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준법감시위가 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준법감시위는 외부 인사로 구성된 자문기구로, 이곳에서 내놓는 권고를 경영자가 반드시 따라야 할 강제성은 없다. 백 변호사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권고를 따르도록 하는 사내 규정을 두거나 정관에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준법감시위가 해당 기업과 이해관계에 있거나 친밀한 인사로 구성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 준법감시위 활동을 사내에서 지켜본 삼성 임직원 사이에선 준법감시위의 사전 조사, 자료 수집 등을 돕는 사무국의 독립성을 충분히 보장해주고, 경영진과의 소통도 더욱 늘려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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