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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하마스 중동전쟁이 격화하면서 20개월 넘게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난감해졌다. 우크라이나에 이어 이스라엘까지 지원하게 된 미국 등 서방이 전쟁 장기화에 피로감을 드러내며 평화협상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어서다. 내년 대통령선거까지 치르라는 압박도 받고 있다.
미 NBC방송은 4일 조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평화협상을 위한 우크라이나의 양보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다만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는 “현재 (평화) 협상 관련 우크라이나와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 정부는 3일 4억2500만 달러(약 5600억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추가 군사 지원책을 발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4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서방) 우리 파트너 중 누구도 러시아와 대화하고 무언가를 주라고 압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 “(러시아의 침공 후) 시간이 지났고 사람들은 지쳤지만 이는 교착 상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올 6월 대반격을 개시한 이래 전선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로서는 미국과 서방이 평화협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 자체가 적지 않은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최근 영국 시사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이제 전쟁은 정적이고 소모적으로 싸우는 진지전 단계로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중동전쟁도 우크라이나에는 악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4일 기자회견에서 “이 전쟁이 우크라이나로부터 (세계의) 관심을 빼앗아 가고 있다”며 “이것이 러시아의 목표”라고 지적했다.
이런 와중에 서방이 내년 3월 31일 예정된 우크라이나 대선을 그대로 실시하라고 압박하는 것도 부담이 되고 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3일 브리핑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내년 봄 대선을 보류할 때의 장단점을 모두 숙고하는 중”이라며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는 대선을 치르려면 현재 내려진 계엄령을 해제하고 관련 법 등을 개정해야 하는 등 전쟁 중인 국가로서는 치명적인 내부 갈등이나 분열이 드러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러시아가 투표소를 향해 미사일 공격을 퍼붓거나 심리전 등을 활용해 선거에 개입할 우려도 제기된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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