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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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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보다 더 관심받은 인요한의 '지도부·중진·윤핵관' 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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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혁신 의지 보였다" 긍정적으로 평가
당 '주류'인 당사자들의 반발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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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도부·중진·윤핵관'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공식 안건이 아닌 '권고' 형태라 실현 가능성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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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지도부·중진·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총선을 앞두고 민감한 공천 문제와 함께 당 주류를 정면으로 겨냥했다는 점에서 '혁신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공식 의결한 2차 혁신안이 아닌 '정치적 권고' 형태로 발표되면서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3차 전체회의를 마친 뒤 "당 지도부 및 중진,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아니면 수도권 지역의 어려운 곳에 와서 출마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대상자를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은 윤핵관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인 위원장은 혁신안 발표 직후 MBC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을 사랑하고 지지한다면 희생하자는 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지도부가 수용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얼마나 빨리할지 몰라도 6주 안에 '나 수도권 어디 나가겠다'(는 사람이 나올 것)"이라며 "좀 더 지켜보자. 용기를 가지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거듭 압박했다.

인 위원장의 권고에 전문가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도부와 영남 중진, 윤핵관은 현재 당내 주류 세력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나왔던 이야기들"이라며 "국민의힘이 야당에 앞서 혁신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정말 뭔가 달라지려 한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중진·윤핵관 등이 빠진 자리에 누가 들어올지가 관건이다. 윤 대통령 측 인물, 검사들이 내려올 수도 있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당내 반응은 엇갈렸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혁신 의지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혁신위가 어떻게 관철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면서도 "관심이 주목됐다. 국민들께 '뭔가 달라지려 하는구나'라는 걸 보여줬다"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김기현 대표와 '윤핵관'으로 꼽히는 장제원·이철규 의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모두 집에 가게 생겼다"며 "혁신이란 바로 그런 것"이라고 호평했다.

당사자인 중진 의원들은 반발하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총선 승리를 위한 전략인지는 생각해 봐야 하는 일"이라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구체적인 내용 없이 무작정 뭉뚱그려 던진 것 아니냐"며 "일단 지도부가 어떻게 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인적 쇄신을 보여줄 수 있겠지만 총선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며 "김기현 대표나 주호영 의원이 수도권에서 경쟁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비윤계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혁신안이 어떤 취지인지 문제의식에는 동의한다"면서도 "'희생'이라는 단어를 포장해 반헌법적이고 비민주적인 월권을 저지르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영남이든 수도권이든 정치인의 출마와 당선은 정치인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고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혁신위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공식 안건으로 의결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김경진 혁신위원은 "조금 더 논의할 수 있을 것 같다. 혁신위원들 사이에 그 부분과 관련된 의견을 수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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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의 권고에 당 안팎으로 '혁신 의지를 보여줬다'는 호평이 이어진다. 다만 혁신위가 의결한 공식 안건이 아닌 '권고'라는 측면에서 혁신위가 이를 관철시킬 수 있는지는 물음표가 붙는다.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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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위원장이 당 지도부·중진·윤핵관 등 세 부류를 언급했지만 핵심은 윤핵관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당 안팎으로 수직적인 당정관계 재정립, 대통령의 국정 기조 변화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윤핵관의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가 이같은 부분에서 쇄신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해당 사안이 2차 혁신안으로 의결되지 않고 '권고' 형태로 발표되며 파급력에는 의문이 생긴다. 지도부가 실제로 이를 받아들일지도 알 수 없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인 위원장의 발표 직후 당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관련 질의에 "종합적으로 제안해 오면 우리 당에서 정식 논의 기구와 절차를 통해 종합적으로 검토하도록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혁신위는 '희생'을 키워드로 한 2차 혁신안으로 △국회의원 정수 10% 축소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 △세비 축소 및 구속 시 세비 박탈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 공천 원천 배제 등 4가지를 의결했다.

2차 혁신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선거를 앞두고 의제를 선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당이 먼저 '경기 김포시 서울 편입'을 띄웠다. 이건 민주당에서도 쉽게 반대할 수 없는 의제"라며 "국회의원 정수 축소, 세비 축소 등도 국민적 호응이 높은 이슈"라고 봤다.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떠나 국민 호응이 높아 관심을 환기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혁신안 대부분 법 개정 사항이라는 점에서 실현될 가능성은 작다. 국회의원 정수 축소와 불체포 특권 포기, 세비 반납 등은 김 대표가 지난 6월 제안했던 내용이라 '신선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실현 가능성 낮은 법 개정 사항은 혁신안으로 의결하고 정치적인 결단만 있으면 되는 불출마·험지 출마는 권고 사항으로 남겨뒀다"고 꼬집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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