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물가 3.8% ↑… 농산물 13.5%↑
국제유가 들썩… 물가 오름세 키워
연간 물가 상승률, 전망치 웃돌 듯
‘품목별 담당’ MB식 물가관리 부활
2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 판매대에 사과가 놓여 있다. 이날 발표된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농산물은 1년 전보다 13.5% 올라 2021년 5월 이후 29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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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3.8% 오르며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국제유가가 다시 들썩이는 가운데 사과와 쌀, 상추 등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를 끌어올렸다. 정부가 각 부처 차관을 물가 안정 책임관으로 지정하고 물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지만 정부가 제시했던 연간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2년 5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오른 농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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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8% 올랐다. 올 3월(4.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7월에 2.3%까지 떨어졌던 물가 상승률은 8월에 3%대로 올라선 뒤 3개월 연속 오름 폭이 커졌다.
특히 농산물 가격 상승이 가팔랐다. 사과(72.4%), 상추(40.7%), 파(24.6%), 쌀(19.1%) 등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농산물 가격이 13.5% 상승했다. 2021년 5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서 농산물이 끌어올린 몫이 0.61%포인트였다. 지난달 초 이상저온으로 출하가 늦어진 탓이 컸다.
피부에 와닿는 체감 물가는 더욱 큰 폭으로 상승했다. 채소, 과일, 수산물 등 55개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12.1% 올랐다.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신선과실지수는 26.2% 뛰면서 12년 9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아이스크림(15.2%)과 우유(14.3%), 빵(5.5%) 등을 포함한 가공식품 가격도 4.9% 상승했다.
여전히 배럴당 80달러를 웃돌고 있는 국제유가도 물가 오름세를 키웠다. 지난달 국내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는 1.3% 하락했지만 9월과 비교하면 1.4% 올랐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소비자물가가 하락하는 데 기여했던 석유류 가격 안정 효과가 점차 사라지면서 소비자물가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 “품목별 담당 공무원” MB식 물가 관리 부활
10월부터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봤던 정부의 예상이 빗나가면서 연간 물가 상승률은 정부 전망치를 웃돌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올 6월 정부는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3%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10월까지 누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일교차가 큰 이상기온으로 출하 시기가 늦어지면서 채소류의 가격 하락이 예년보다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높아 물가가 예상보다 높은 흐름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본격적인 김장철인 이달 배추 도매가격(상품 기준)이 1년 전보다 44%가량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
조만간 전기요금이 인상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아주 높았던 물가 상승률에 비해서는 다소 진정된 모습일 수 있지만 임금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감안하면 물가 불안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물가 불안이 커지면서 정부는 담당자를 정해 물가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각 부처 차관이 물가 안정 책임관이 돼 소관 품목 물가 안정은 스스로 책임진다는 각오로 철저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또 서민 체감도가 높은 빵, 과자, 커피, 라면, 아이스크림, 설탕 등 주요 식품에 대해선 담당자를 지정할 방침이다. 이명박 정부가 2012년 품목별로 담당자를 정해 물가를 관리했던 ‘물가관리 책임실명제’가 11년 만에 부활하는 셈이다. 가격이 급등한 김장 재료와 관련해서는 배추와 소금 등의 공급을 확대하고 역대 최대 규모인 245억 원을 투입해 배추, 무 등 김장 재료 14종의 할인에 나선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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