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폭 확대… 7개월래 최고치
정부, 농산물 1만1000t 방출
이상기후 탓 사과 72% 상추 41% ↑
신선식품지수 덩달아 12% 올라
우유·아이스크림·주류 등 줄인상
“3%대 물가상승 뉴노멀 될 수도”
추경호 “물가하락 예상보다 완만”
연말 물가 상승 3% 초중반 전망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 가동
하지만 우유, 주류 등 가공식품 업체들이 줄줄이 가격을 올리며 체감 물가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 확산과 공공요금 인상 등 공급 측면의 변수도 산적해 있어 물가가 안정 흐름을 회복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장보기 겁나네” 소비자들이 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상추 등 채소들을 살펴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수산물 물가는 1년 전보다 7.3% 올라 지난 9월(3.7%) 대비 상승폭이 확대됐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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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2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37(2020년=100)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달보다 3.8% 올랐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 7월 2.3%를 기록하며 하향 안정되는 듯했다. 하지만 8월 3.4%로 다시 3%대로 올라선 뒤 9월 3.7%를 나타내는 등 최근 3개월 연속 상승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물가 상승폭이 당초 예상보다 커진 배경으로는 우선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커진 점이 꼽힌다. 10월 석유류는 1.3% 하락했지만 전월보다 1.4% 올랐다. 이에 따라 물가 기여도도 9월 ?0.2%포인트에서 10월 ?0.1%포인트로 높아졌다.
또 농축수산물이 1년 전보다 7.3% 올라 9월(3.7%) 대비 상승폭이 커졌다. 농축수산물 가운데 채소류(5.3%)를 비롯한 농산물이 13.5% 올랐다. 이는 2021년 5월(14.9%) 이후 2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품목별로는 사과(72.4%), 상추(40.7%), 파(24.6%) 등의 상승폭이 컸다.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건 지난달 이상저온 현상으로 출하가 늦어지면서 공급량이 줄어든 때문이다.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2.1% 상승했다. 지난해 9월(12.8%)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중 신선과실지수는 26.2% 상승했는데 이는 2011년 1월(31.9%) 이후 12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정책 최우선 순위에 두고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를 가동키로 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최근 국내 물가는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이상저온 등으로 인해 당초 예상보다 하락 속도가 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각 부처 차관이 물가안정책임관이 돼 소관품목 물가 안정은 스스로 책임진다는 각오로 철저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 경제장관회의 겸 물가 관계 장관회의에 참석해 물가 안정을 위한 각 부처의 관리를 강화를 핵심으로 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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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우선 김장철 먹거리 가격 안정에 주력하기로 했다. 이달 배추 도매가격이 상품 기준 10㎏에 8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5561원)보다 43.9% 높을 것이란 예측(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나오는 등 김장철 수급 불안 우려를 방출량을 늘려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추 부총리는 “할인 지원, 공급 확대 등을 총동원해 국민께서 부담하는 올해 김장 비용을 전년보다 낮은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김장 주재료인 배추·무와 공급 감소가 우려되는 고춧가루, 대파 등 수입산을 포함한 정부 비축 물량 약 1만1000t을 방출할 계획이다. 배추는 농협 출하계약 물량 2700t을 도매시장에 집중 공급하고, 공급량이 충분한 무는 1000t가량을 수매해 비축한 뒤 공급 부족 상황이 발생하면 투입한다. 천일염의 경우 정부 비축 천일염 최대 1만t을 시장에 공급한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아울러 농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를 10%포인트 상향하고 커피·코코아 등 수입품과 김치 등 가공식료품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세를 2025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식품·외식 물가 안정을 위해 바나나·망고, 전지·탈지분유, 버터·치즈, 코코아 등 8개 수입 과일·식품원료에 대해서는 신규 할당관세를 적용한다.
정부는 또한 장바구니 부담 완화를 위해 농수산물 할인지원 예산으로 역대 최대인 245억원을 투입하고 농협과 함께 대파, 생강 등의 할인 판매를 지원한다.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구매 한도는 다음 달 말까지 1인당 월간 최대 30만원 더 늘어난다. 이에 따라 지류형의 경우 구매 한도가 100만원에서 130만원으로, 카드형과 모바일은 150만원에서 180만원으로 각각 증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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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당초 예상보다 지난달 물가 상승폭이 컸지만 점차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가 3.2%로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했고, 지난달 중하순부터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서다. 장보현 기재부 물가정책과장은 “연말로 가면 소비자 물가가 조금씩 떨어질 것”이라며 “지금보다는 내려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대 초중반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가공식품 업체들이 줄줄이 가격을 올리고 있는 데다 공공요금 인상 등 향후 물가를 밀어 올릴 요인도 적지 않아 장바구니 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달 1일부터 원유가격이 오르면서 편의점에서 파는 흰 우유는 900㎖ 기준으로 3000원을 넘었다. 편의점에서 1700원이던 빙그레 바나나우유는 전날부터 18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매일유업 우유속에딸기 등 3품목은 100원 올라 1900원이 됐다. 우유를 원료를 쓰는 아이스크림 가격도 인상됐다.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은 지난달 6일부터 일부 제품의 가격을 300∼500원 올렸다. 연말을 앞두고 소주와 맥주 가격도 조정됐다. 하이트진로는 오는 9일부터 참이슬 등 소주 출고가는 7%, 켈리 등 맥주 출고가는 평균 6.8% 인상하기로 했다. 오비맥주는 지난달 11일부터 주요 맥주 제품 출고가를 평균 6.9% 올렸다. 소주·맥주 출고가가 오르면 식당 판매 가격은 1000원 정도씩 더 많이 올라 부담이 커진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주재한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최근 유가·농산물 가격 상승 등을 감안할 때 향후 물가 흐름은 지난 8월 전망 경로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의 전개 양상과 그에 따른 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해 (향후 물가 흐름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진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수요발이 아닌 공급발 물가상승이라 이를 잡기가 쉽지 않다”며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외부요인으로 인한 원자재가 불확실성이 상존해 단기간 내 물가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또 “미국이 고금리 기조를 이어갈 분위기”라며 “한은도 이에 맞춰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고 전기세 등 공공요금도 현실화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 앞으로 3~4%대 물가 상승률은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세종=이희경 기자, 채명준·이진경·이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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