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갈등 확산 시 석유 공급량 최대 800만배럴 감소 경고…
"러·우크라 전쟁 여전, 원자재 시장 '이중 충격' 받을 수도"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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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2단계' 작전에 돌입하자 1970년대 '오일 쇼크(석유 파동)'가 재현될 거란 국제기관 경고가 나왔다.
30일(현지시간) 인베스팅닷컴·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이날 발표한 분기별 '원자재 시장 전망'을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중동 지역의 분쟁이 확대되면 석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국제유가는 최악의 경우 배럴당 157달러(약 21만1950원)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국제원유시장의 벤치마크인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내년 1월물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이날 기준 배럴당 86.61달러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이후 국제유가는 약 6% 상승했지만, 농산물, 산업용 금속 및 기타 원자재 가격을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며 "이번 분쟁이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갈등이 심화하고, 이 갈등이 중동 지역으로 확산하면 "원자재 가격 전망은 빠르게 어두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계은행은 기본적으로 경제성장 둔화를 이유로 국제유가가 올 4분기 배럴당 90달러에서 81달러로 하락하고, 이 여파로 내년 전체 원자재 가격이 4.1%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중동 분쟁이 격화하고 길어지면 이런 전망이 빠르게 반전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현재 세계 석유 수요는 약 1억200만배럴이다.
올해 초부터 지난 9월 23일까지의 원자재별 가격 추이. (검은색=에너지, 빨간색=금속 및 광물, 주황색=농산물, 초록색=원자재 가격 지수)/사진=세계은행 '원자재 시장 전망' 보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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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다른 중동 지역으로 번지면 석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역사적 사례를 바탕으로 한 3개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먼저 세계 석유 공급량이 2011년 리비아 내전 당시와 비슷한 하루평균 50만~200만배럴 줄어들면 국제유가가 현 분기 평균 대비 3~13% 높은 배럴당 93~102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또 2003년 이라크 전쟁처럼 석유 공급량이 하루평균 300만~500만배럴 감소하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109~121달러로, 21~35%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악의 경우는 1973년 욤 키푸르 전쟁으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아랍석유수출국기구(OAPEC)가 미국 등 이스라엘을 지원한 국가들을 상대로 금수조치를 시행한 제1차 석유파동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우려했다. 이 경우 세계 석유 공급량은 하루평균 600만~800만배럴이 줄어 유가가 56~75% 뛴 배럴당 140~157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인더밋 길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중동 분쟁은 1970년대 이후 원자재 시장에 가장 큰 충격을 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발생한 것"이라며 "이는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는 세계 경제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원자재 시장이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이 길어지면 시장은 '이중 충격'을 받을 것이고, 이는 에너지 및 식량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거란 지적이다.
세계은행은 유가 상승에 따른 식량 위기에 대한 경고도 내놨다. 아이한 코세 세계은행 부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상승이 지속되면 필연적으로 식량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며 "심각한 유가 (상승) 충격이 현실화하면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이미 상승한 식량 가격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인구의 약 10분의 1에 해당하는 7억명 이상이 영양 부족을 시달리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격화하면 이 지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세계 불안이 심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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