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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실손, 주로 동네의원서 급증
김영옥 기자 |
30일 중앙일보가 5대 손해보험사(삼성·현대·DB·KB·메리츠)의 지난 5년간(2018~2022년) ‘병원급별 비급여 실손보험금 지급 현황’을 집계한 결과, 지난 2018년 1·3차 병원에 각각 1조2110억원, 3783억원의 보험금이 지급됐다.
비급여 실손보험금 지급액은 시간이 지날수록 병원급별로 격차가 벌어졌다. 3차 병원은 지난해 4050억원으로 2018년과 비교해 7%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지만 1차 병원은 2조2222억원으로 2018년과 비교해 83.5% 급증했다. 같은 기간 2차 병원도 22.5%(1조8145억→2조2228억원) 증가했지만, 1차 병원 증가율에 절반도 못 미쳤다. 이 영향에 2018년 3.2배 수준이었던 1·3차 병원 비급여 보험금 지급액 격차는 지난해 5.4배까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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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치료·백내장…동네의원 비급여만 늘어
보험업계에서는 1차 병원의 비급여 보험금 지급액이 과도하게 늘어난 배경에 과잉 혹은 허위 진료가 있다고 보고 있다. 상대적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1차 병원이 수익을 위해 과도한 비급여 항목의 보험금 청구를 늘렸다는 것이다.
김영옥 기자 |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실손보험 비급여 상위 지급 항목은 도수치료(14.7%)·백내장 수술(11.7%)·체외충격파 치료(5.7%) 순이었다. 주로 1차 병원에서 많이 진료하는 비급여 항목이다.
박경민 기자 |
건강보험공단 자료도 비슷한 결과다. 2010년과 비교해 2021년 전체 진료비 중 비급여 비중은 동네의원(12.8→25%)은 급증했지만, 상급종합병원(27.4→8.2%)과 종합병원(20.2→8.7%)에서는 많이 감소했다. 정부의 건강보험료 보장성 강화 노력에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의 비급여 진료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동네의원은 관리 부실을 틈타 관련 비중을 늘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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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차이 31배…널뛰기 비급여 규제해야”
비급여 보험금의 과잉 지급은 실손보험의 적자를 유발할 뿐 아니라 건강보험 손실을 유발한다. 비급여 보험금을 늘리기 위해 급여 항목의 진료도 그만큼 증가할 수밖에 없어서다. 금감원은 지난해 실손보험이 1조53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김영옥 기자 |
관련 진료 항목의 가격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급여 항목과 달리 비급여 진료비는 병원이 자율로 정하기 때문에 가격 널뛰기가 성행하고, 이로 인한 의료 쇼핑 및 보험금 누수가 발생해서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백내장 수술의 동네의원 평균 진료비(266만4184원)가 상급종합병원(135만6416원)의 약 1.9배에 달했다. 도수치료도 동네의원 평균(11만2651원)이 상급종합병원(6만232원)과 1.87배 차이가 났다. 같은 동네의원에서도 백내장 수술비는 최고 31배 넘게 격차가 벌어졌다.
김영옥 기자 |
보험업계 관계자는 “1차병원을 중심으로 비급여 체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다보니, 과잉진료는 물론 보험사기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실제 지난해 적발한 보험사기 금액이 처음 1조원을 넘었는데, 적발 안된 건까지 하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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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비급여 관리, 필수의료 부족 야기”
박경민 기자 |
실손보험의 허술한 비급여 관리체계가 최근 문제가 되는 필수의료 인력 부족을 야기했다는 지적도 있다. 비급여 진료를 통해 동네의원에서 손쉽게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근무 강도가 세고 수입이 적은 3차 병원을 기피했다는 분석이다.
박경민 기자 |
실제 지난 2019년~2023년 동네 병·의원 의사가 6036명 느는 사이, 상급종합병원 의사는 185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종합병원(300병상 이상)은 218명 오히려 감소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최근 문제가 된 소아과 의사 부족도 결국 소아과에 비급여 진료 비중이 거의 없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실손보험 비급여 지급 체계를 개선해야, 의사들이 대학병원을 기피하고 동네의원으로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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