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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국지전에서 이른바 '제5차 중동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에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당사국인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일전불사의 각오를 다지고 있는 만큼 현시점에서 관심사는 이란입니다.
하마스를 최전선으로 내세운 중동 내 반이스라엘·반미 세력의 후원자이자 배후로 지목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방에선 '악의 축', 스스로 '저항의 축'으로 부르는 이 세력은 이란을 중심으로 이라크 시아파 무장정파(민병대)들, 시리아 정부,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반군 후티에 이르는 '시아파 벨트'와 하마스를 이릅니다.
하마스는 이슬람 수니파지만 이스라엘을 압제자, 침략자로 규정하고 이들에 대한 무장 투쟁을 독립·자주의 수단으로 본다는 점에서 이란과 노선을 공유합니다.
이라크 시아파 무장정파와 헤즈볼라, 하마스는 단순히 무장조직이 아니라 총선에 후보를 내 정국을 주도할 만큼 정치적 영향력도 상당합니다.후티도 예멘 북부에서 사실상 정부처럼 권한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이들 세력은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군 쿠드스군에서 자금, 군사적 지원을 받는다는 게 정설입니다.
현재로선 이란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직접 참전할 확률은 매우 낮다는 게 대체적 관측입니다.
2018년 미국의 핵 합의 파기 이후 이어진 강도 높은 제재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경제적 상황이 취약해진 터라 자국 영토에 대한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이 없다면 역내 전쟁에 직접 참전할 여력이 없다는 게 이런 관측의 현실적 근거입니다.
전쟁 발발 후 이란은 참전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강경 발언으로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면서도 온건한 대외 입장을 뒤섞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끌어 존재감을 과시하는 특유의 여론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리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29일(현지시간) 방송된 CNN 프로그램에서 "우리는 이 전쟁이 번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마스에 대해 "그들은 우리의 지령을 받지 않으며 그들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고 거리를 뒀습니다.
같은 날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강경 발언과 비교하면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라이시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엑스 계정에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의 범죄가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었다"며 "이것이 모두를 행동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기 때문입니다.
라이시 대통령이 사용한 '레드라인'이라는 표현은 이란 지도부가 그간 이스라엘을 겨냥했던 표현의 강도에 비해 수위가 높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전쟁 상황인 만큼 이란의 '직접 개입'으로 해석되면서 초미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역내 군사적 위세를 과시하면서도 예민한 시기에 진의를 알 수 없는 모호한 발언으로 상대를 혼란스럽게 하는 이란의 교란전술이 여지없이 등장한 셈입니다.
헤즈볼라가 공격한 레바논 접경 이스라엘군 주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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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이란의 '행동'은 자신이 지원하는 이들 무장 세력의 배후에서 대리전을 지휘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숱한 역내 무력·정치·종파 분쟁에 직·간접으로 개입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유지하면서 중동 내 친미 수니파 진영과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것이 이란의 '정통 전략'이었다는 것입니다.
아미르압돌라히안 장관은 '미군을 이란이 위협하고 있느냐'는 질문엔 "미국은 이 지역(중동)의 모든 면을 간섭하고 있다"며 원론적으로 답했습니다.
그간 미국과 이란의 직접 충돌 위기가 수차례 있었으나 이란은 이라크의 친이란 무장조직이 자국 내 미군 기지 주변에 로켓포를 산발적으로 쏘는 방식으로 위협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다만 이스라엘이 시리아 내 혁명수비대 기지를 겨냥해 공습을 강화하고 있는 데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작전을 본격화하면 이란 역시 대리군을 통해 이스라엘을 군사적으로 더 강도 높게 압박할 공산이 커질 수 있습니다.
레바논·시리아 국경지대에서 숙적 이스라엘과 이란 진영의 신 중동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발발 가능성이 꺼지지 않은 신중동 전쟁이라는 급변사태는 미국의 개입 여부와 그 정도가 향방에 결정적입니다.
동시에 이스라엘의 자위권 보호, 팔레스타인 대의를 내세운 이란의 명분 사이에서 이슬람권 지도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역내 군사강국 튀르키예가 어떤 선택을 하는 지도 주요 변수입니다.
(사진=AP, 연합뉴스)
이종훈 기자 whybe0419@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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