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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극단 선택' 전 암시·예고 영상…"'베르테르 효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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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 된 방송인들…영상서 발언·행동 등 예고

전문가들 '법적 제재, 플랫폼 관리 필요' 강조

한 커뮤니티서, '나도 같은 엔딩일까' 글 게재

뉴시스

학교 폭력 피해사실을 고백한 표예림 씨 (사진=유튜브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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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찬호 리포터 =유튜버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린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듯한 동영상을 공유한 뒤 생을 마감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는 모습이다.

평소 콘텐츠를 통해 많은 공감과 격려, 응원을 나누며 친숙해진 유튜버의 사망 소식은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준다.

특히 죽음을 예고하는 발언·행동 등이 담긴 영상을 통해 고인의 생전 마지막 모습을 보게 되는 경우, 그 충격은 더욱 크게 와닿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유명인의 죽음에 심리적으로 동조하는 '베르테르 효과'를 우려하며, 법적 제재 마련 및 플랫폼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학교 폭력 피해를 고발하면서 드라마 '더 글로리' 현실판 주인공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진 고(故) 표예림씨.

스토킹 피해, 송사 등 문제를 호소하던 그는 지난 10월 부산의 한 수원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표씨는 당일 '유서 이제 그만 편해지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당시 그는 "나를 죽게 한 사람은 나이자 스토커이며, 제 학교 폭력 가해자들이다" "뭐가 쇼인지는 모르겠지만 다 그만하고 싶다" "나 하나 때문에 이렇게 일어난 일이니까 나만 없어지면 되는 것 아닌가" 등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발언을 남겼다.

앞서 인터넷 방송인으로 활동한 고(故) 임지혜(임블리)씨가 올해 6월 유서를 작성하는 등의 장면이 방송에 담기기도 했다.

타 BJ(인터넷 방송인)들과의 '합방(합동 방송)'에서 다툼이 일은 뒤, 그는 집으로 자리를 옮겨 라이브 방송을 이어나갔다.

"이제 못 버티겠다"는 육성,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죄책감을 갖지 않길 바란다'는 유서 내용이 담긴 당시 영상은 그의 마지막 방송이 됐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반인의 장면이 실시간 방송을 통해 공유된 경우도 있다.

올해 4월 여고생 A양은 서울 강남 소재 한 건물 옥상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당시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실시간 방송은 켜져 있었다.

A양의 방송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은 "하지마라" "내려와라. 다들 너가 살길 바라고 있다"며 그를 말리려 했다. 일부 시청자들의 신고로 경찰·소방관이 현장에 출동했으나, 이미 그가 세상을 뜬 후였다.

고인의 생전 마지막 육성이나 심경이 담긴 영상이 주목을 받기도 한다.

'가로세로연구소' 채널 출신으로 여러 차례 유명인들에 대한 폭로를 이어온 유튜버 고(故) 김용호씨 영상이 이에 해당한다.

이달 12일 부산의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씨, 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기 전 유튜브 채널 'KNL 강용석 나이트 라이브'에는 '[긴급]여러분 도와주세요. 김용호 부장을 찾습니다'라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영상에는 "그냥 내가 사라지기로 결정했다" "그냥 내가 사라져서 그 많은 분노와 갈등이 해결된다면 사라지겠다" 등 김씨의 육성이 담겼다.

전문가들은 유튜버 등 유명인의 죽음에 대한 모방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극단적 선택을 암시·예고하는 콘텐츠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연주 나봄미디어심리연구소 대표는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최근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한 유튜브 셀럽들의 소식이 일상적으로 광범위하게 전파되면서 '베르테르 효과'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유명인과 비슷한 어려움에 처해 있거나, 평소 감정이입을 많이 했던 유명인이라면 심리적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유서 작성과 극단적 선택의 과정을 실시간 생중계하는 유튜버들에 대한 국회 법안이나, 이와 관련한 정부의 제재가 전무한 사실이 답답하다"며 "이만큼 많은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어떤 제재도 두지 않는다는 것은 위험에 노출된 우리 사회를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극단적 선택이 전염병이 되지 않도록 나라와 개인,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도 "유튜버들의 극단적 선택을 보고 대중들이 모방할 우려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며 "콘텐츠 차단은 물론 채널에 대한 즉각 운영 정지 역시 필요하다. 극단적 선택을 언급하는 유튜브 계정에 대한 특별 관리를 플랫폼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표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표예림과 내 인생 비슷하다. 나도 같은 엔딩일까'라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글에는 "학창 시절 내내 왕따였는데 잘 살아보려고 멘탈을 다잡았다. 나도 그런 엔딩일까"라는 내용과 함께 고층 건물에서 바깥을 내려다보는 사진이 첨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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