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10·29 이태원 참사’
아픔 딛고 일어서려는 참사 피해자들
“아들에게 미안하지 않게 살아내겠다”
“후회·자책 않고 긍정적인 생각 중”
“평범한 수다로 조금씩 웃음 되찾아”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분향소. 안효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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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이젠 집에서 울고 누워있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지 고민합니다.”
지난 26일 오후 3시 30분께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분향소 앞에서 만난 안영선(48) 씨가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이같이 말했다. 안씨는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 참사로 첫째 아들 김동규(당시 18세) 군을 떠나보냈다.
안씨는 여전히 김군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하지만 1년 전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집 밖에 나와 같은 슬픔을 가진 유가족들을 만나고 병원에서 심리 상담도 정기적으로 받고 있다. 시민들이 이태원 참사를 잊지 않도록 일주일에 2번씩 송파구 집에서 서울광장을 오가며 분향소 자리도 지키고 있다. “아이를 잃은 부모가 아이를 잊고 살 수는 없어요. 평생 이 고통을 안고 가야 하죠. 하지만 그래도…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지금보다 좀 더 제가 단단해지지 않을까요?”
다시 돌아온 10월 29일을 앞두고 헤럴드경제가 만난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은 참사의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안씨처럼 저마다의 방식으로 노력하며 살아내고 있었다.
참사 당시 구조 활동에 뛰어들었던 대학생 김진욱(20)씨도 1년이 지난 지금은 더 이상 자신을 책망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김씨는 지금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불면증을 겪고 있지만 가족과 친구들의 격려를 받으며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중이다.
김씨는 “처음엔 조금 더 빨리 (구조 현장에) 들어가지 못한 것을 후회하느라 괴로웠다”고 했다. 그는 “아직도 당시 기억이 선명하지만 주변에서 내게 ‘용기 있었다’ ‘네 탓은 없다’는 말을 끝없이 해준다”며 “그 덕분에 나도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죄책감을 안 가지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참사 유가족 A씨는 매일 다른 유가족들과 ‘오늘도 힘내자’ ‘잘 버텨보자’ 등 응원의 문자를 주고받는다. A씨는 “더디지만 사람들과 교류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웃음을 되찾고 있다”며 “잃어버렸던 일상을 다시 채워나가려고 사람들과 시시콜콜하고 별 것 없는 평범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했다.
안씨는 “참사 후 시간이 흘러가는 걸 가만 보니, 그 시간들은 하고 싶었던 것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았던 동규가 보냈어야 할 시간이더라”며 “내가 무기력하게 하루를 보내면 아이에게 미안할 것 같아 살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참사 피해자들의 회복을 위해 국가에서도 심리상담 지원에 나섰다. 국가트라우마센터는 참사 직후인 지난해 10월 30일부터 ‘이태원 사고 통합심리지원단’을 운영해 유가족과 생존자 등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국가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지난 5일까지 진행된 상담은 총 7141건이다.
대한적십자사에서도 전국 17개 시·도별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를 운영하는 등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시행 중이다.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전국 대한적십자사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에서 총 564건의 이태원 참사 심리상담이 진행됐다.
전문가는 참사 피해자들의 진정한 회복을 위해서 사회적 연결은 필수라고 말했다.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은 “회복의 열쇠는 ‘연결’에 있다. 언제든지 내가 힘들 때 날 도와줄 수 있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힘이 되기 때문”이라며 “유가족들이 안전한 울타리 안에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가족, 지인 뿐 아니라 사회도 더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는 등 유가족과의 연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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