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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포켓이슈] 이태원 참사 1년, 세상을 뜬 딸이 버킷리스트를 이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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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신애진씨 부모 인터뷰…다이어리 속 '장학금 주기' 보고 부의금 2억 기부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지난해 10월 29일, 핼러윈을 맞아 이태원에 인파가 몰리며 무려 159명이 사망했습니다.

1998년생으로 당시 25살이었던 사회초년생 신애진씨도 그중 한 명이었습니다.

애진씨는 그날 직장동료 모임으로 이태원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 다시 10월.

지난 19일 애진씨의 생일을 맞아 그의 모교인 고려대학교에 장학기금이 전달됐습니다.

고인이 생전 저축한 돈과 부의금을 모아 마련된 2억원입니다.

고인의 이름으로 전달된 장학기금은 지원이 필요한 학생 3명에게 힘이 될 예정입니다.

참사 1주기를 앞둔 지난 24일 서울시청 분향소에서 애진씨의 아버지 신정섭씨와 어머니 김남희씨를 만나 기부를 결심하게 된 사연을 들어봤습니다.

본 기사는 질문과 답변 전문을 담았고, 영상을 통해 더 현장감 있는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 참사가 벌어진 지 벌써 1년입니다. 그간 어떻게 지냈나요.

▲ 뭔가를 할 수가 없어요. 뭘 하긴 해야 하는데,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고 마음이 조절되지 않으니 목적 없이 무작정 걸었어요. 걷고 걸으면서 애진이를 생각하고, 그렇게 생활을 단순화하면서 마음이 많이 나아졌죠. 걷는 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김남희)

-- 최근 애진씨의 모교에 장학기금을 기부했죠.

▲ 애진이 장례 치를 때 원래는 부의금을 받지 않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오시는 분들이 안타까웠는지 다들 부의금을 들고 오셨어요. 애진이 친구들도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부의금을 내고 갔어요. 그러다 보니 결국 받게 됐고요. 장지에서 돌아오면서 '부의금을 소중하게 쓰자', '기부하자' 남편과 얘기했었어요. 그 뒤에 애진이 사망 신고를 하고 정리하던 와중에 애진이가 다이어리에 버킷리스트로 '모교에 장학금 주기', '건물 지어주기' 이렇게 써놓은 걸 본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그럼 애진이가 하고 싶었던 거니까 애진이 생일에 맞춰서 애진이 대신해서 하자. 그런 마음으로 기부하게 됐죠. (김남희)

▲ 애진이가 입시학원에서 아이들 공부를 도와주는 아르바이트를 했고, 모교에서도 또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애진이 돈이라고 볼 수 있죠. 애진이가 기부한 거고, 저희는 그냥 애진이 심부름을 한 거예요. (신정섭)

-- 지난 19일이 애진씨 생일이었죠. 어떻게 보냈나요.

▲ 19일이 평일이라 그보다 앞서 14일에 애진이 생일잔치를 했어요. 분향소에 있으면서 남은 가족들이 아이의 생일날 힘들어하는 걸 자주 봤거든요. 얼마나 어렵게 보내는지 알았기 때문에 그날을 울지 않고 잘 버틸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서 애진이 생일을 애진이 친구들과 기념했죠. 모일 때 '나만 아는 애진이 이야기를 가지고 와라' 공지해서 애진이 이야기를 실컷 했어요. (김남희)

-- 애진씨 또래를 보는 심경이 작년을 기점으로 달라졌을 것 같아요.

▲ 애진이 또래 아이들을 보면 다 우리 아이 같아요. 그래서 한 번 더 쳐다보게 되고, 그 친구들이 웃는 모습을 보면 그 속에서 우리 애진이의 얼굴을 찾기도 합니다.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잖아요. 젊은 친구들을 보면서, 그분들이 사회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신정섭)

연합뉴스

애진씨의 방
[신애진씨 유가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참사 1년 관련, 1년 사이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 저는 제가 제일 많이 변한 것 같아요. 녹사평 분향소 정말 추웠어요. 2차 가해도 굉장히 심할 때고. 그 와중에 추위를 뚫고 와서 따뜻하게 안아주시는 분들도 많고, 그때 공감해주고 손잡아준 분들이 계셔서 제가 이 자리에서 숨 쉬고 인터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공감하는 걸 배웠고요. 공감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걸 배웠고요. 그리고 사회적 연대를 배웠어요. (김남희)

▲ 저희가 원하는 건 우리 사회에서 이런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인 공증, 약속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상이 규명되는 게 그 시작일 텐데…. 저희는 특별법이 반드시 제정될 거라는 희망이 있고요. 그 바람을 갖고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신정섭)

-- 올해 10월 29일은 어떻게 지나갔으면 하나요.

▲ 지금 보면 '핼러윈 축제를 다 막겠다', '하지 않겠다' 하는데, 사실 핼러윈 축제가 문제가 아니잖아요. 축제는 계속돼야 합니다. 살아있는 사람들은 그동안 자기들이 열심히 노력했던 부분에 대해서 흥을 분출하고 그래야 또 그다음에 사는 에너지를 축적할 수 있잖아요. 다만 작년 그 기억을 다시 한번 생각해 주시고 또 앞으로 이런 일은 없어야 하겠다는 공감대가 그날 조금 더 깊게 이루어질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다고 생각합니다. (신정섭)

▲ '아이가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날만큼은 저희 아이가 어떻게 살았는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아이에 대해 기억하고 싶고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죠. 근데 그날만큼은 아이들을 아프게 하는 그런 이야기는 없었으면 합니다. (김남희)

▲ 저희는 언제까지나 아이와 함께 산다고 생각하고요. 아이와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은 아이 생의 의미를 우리가 같이 찾고 같이 빚어나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살고 싶은데, 열심히 노력해야죠. (신정섭)

-- 마지막으로, 애진씨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아이가 엄마 꿈에 나와서 가족들, 친구들 보고 싶지 않냐고 물어봤을 때 아이가 이렇게 말을 했어요. '보고 싶지만 괜찮아'.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 가지입니다. 나도. '보고 싶지만 괜찮아'. (신정섭)

▲ 지금도 늘 얘기하지만 사랑한다고. 정말 소중한 선물이고, 정말 행복했다는 얘기를 꼭 해주고 싶고요. 엄마가 다 기억할 거니까 다 잊고 편안하고 행복하기를. 어디에 있든지 편안하기를 바라고 바랍니다. 애진아, 사랑해. (김남희)

연합뉴스

< 기획·구성: 한지은 | 촬영: 김진권 | 편집·그래픽: 이다예 >

wri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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